<광대한 여정> 교정 중에 편집자님과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저자가 강에서 얼음째 잘라온 물고기가 놀랍게도 얼음이 녹자 살아났다. 그리고 저자에게 말한다. "수조(A tank)." 이에 저자는 예의를 갖춰 대답한다. "제가 수조를 가져오겠습니다." 저자의 묘한 매력이 잘 드러내는 대목이라
원문에 충실하자면 그게 맞기도 하고, 내가 처음부터 저 표현에 너무 꽂혀서 선을 넘은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르든 우기든 해볼까 하다가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출판사 리뷰에 이 부분 얘기가 나와서 생각이 났다. 여쭤보니 편집자님도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어제 갑자기 과 선배한테 전화가 와서는 "지금 동기 모임 중인데 OO가 니가 번역한 '인간 제국 쇠망사' 읽었대. 한 번 통화해봐." 하더니 다짜고짜 전화를 바꿔주었다. 그래서 얼결에 OO 선배와 '인간 제국 쇠망사'에 대해서만 3분 30초간 이야기하고 끊었다. 30년 만에 연락된 선밴데. 아 웃겨.
<광대한 여정> 역시 표지는 실물을 봐야 함. 사진으로도 살리지 못했지만, 가운데 거친 바다 부분은 유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질감이 거칠다. 그리고 세상에, 출판사 리뷰 보고 깜짝 놀랐네. 해제 수준의 정성스러운 설명이라니. 리뷰 내용이 책에서 어떤 문장으로 구현되었는지 읽는 재미가 있겠다.
번역 의뢰 들어왔을 때 책 제목 보는 순간 이 책은 꼭 내가 할 거야, 절대 다른 사람한테 줄 수 없어! 하는 책이 있다. 원서 표지가 이렇게 교과서처럼 재미없게 생겼어도 부제의 'Road Ecology'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무조건 오케이! 우리나라에 도로생태학 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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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는 희귀한 책이라 하겠다고 했지만, 작업하다 보니 표지 빼고 다 정말 재밌었다. 도로와 동물, 도로와 인간에 대한 접근의 스케일이 남다르고 정말 참신했다. (저자의 관점이 참신하다기보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너무너무 신선했음.) 다음 주에 역자교정이 올거라 많은 마감을 앞두고도 설렘.
마감 때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악몽.
어제는 대학교 중간고사철인데 수학 수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음.
오늘은 8시 3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 아들이 8시 42분에 도착했는데 담임선생님한테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했음.
차라리 공짜 뷔페에 갔는데 음식이 다 치워진 꿈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