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와 그릭요거트
아침 식탁에 놓인 푸른빛 열매와 하얀 요거트.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아침 식사일 뿐이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 중 가장 정교한 조합일지 모른다.
블루베리의 진한 보랏빛 속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신비로운 물질이 숨어 있다. 이 작은 분자들은 우리 몸속을 돌아다니며 녹슨 부분을 닦아내고, 시간이 만든 흉터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마치 오래된 시계를 정성껏 닦아내는 시계장인처럼, 우리 몸의 세포를 정화한다.
그릭요거트의 하얀 바다에는 살아있는 미생물들이 잔잔히 파도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장이라는 정원에 들어가 유익한 꽃을 피우고, 잡초를 솎아낸다.
마치 세심한 정원사처럼 우리 내면의 정원을 가꾼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만날 때, 자연의 지혜가 완성된다. 블루베리의 안토시아닌은 좋은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양분이 되고, 요거트의 유산균은 그 힘을 빌려 더욱 번성한다.
이 조화로운 만남은 우리 피부에도 은은한 빛을 더한다. 장내 환경이 맑아지면 피부도 맑아지는 법.
그래서일까, 이 둘을 꾸준히 즐기는 이들의 얼굴에는 미묘한 광채가 감돈다.
냉동실에 보관된 블루베리도 그 가치는 변함없다.
오히려 그 작은 얼음 결정들이 세포벽을 깨뜨려 영양소를 더 쉽게 내어준다. 자연은 참으로 기묘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선물을 건넨다.
아침 햇살 아래, 숟가락으로 떠올린 보랏빛과 하얀색의 조화. 그것은 단순한 맛의 즐거움을 넘어, 우리 몸에 건네는 작은 축복이다.
생명이 생명을 살리는 오묘한 순환.
자연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소박한 건강의 비밀이 아닐까.
그 겨울, 남춘천역
대합실의 나무의자는
먼지를 끌어안고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펄펄 내리는 눈은 길을 지우고
새벽을 껴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역무원이 느릿느릿 잠을 털며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잔기침소리에 타닥타닥 불길이 일었다
허연 입김을 내뿜는 아저씨를 배경으로
등 굽은 노인이 급하지 않은 이정표를 뒤적거렸다
기차는 오지 않고 눈발은 풍경을 하얗게 지우는데
발목이 젖은 사람들 난로에 둘러앉아 온기를 껴입었다
외진 순대국밥집에서 며칠 눈에 파묻혀
막걸리나 몇 사발 걸쳤으면 싶은 날
대설주의보 소식이 분분하게 날리고
어느 설해목 아래 젖은 상처 부둥켜안고
한 사나흘 모진 눈발로 마저 휘날렸으면 싶은데
내내 소식은 오지 않았다
소복하게 기다림이 쌓여갈 때쯤
난로 위의 주전자는 들끓는 입김을 허공에 풀어내고
한 그릇 국밥 같은 소리가 선로 위를 달려오고
부풀어 오르는 발자국들
먼 길 가는 노인의 보따리에
창틈으로 스며든 외풍이 시린 엉덩이를 슬쩍 걸친다
초행길도 같이 기대어 가면 화르르 봄꽃도 될 거라고
몰려오는 졸음이 말없이 그 바람을 당겨 덮고 있다
울퉁불퉁한 사연을 견딘 멍 자국 가뭇한 유리창에
막 나온 국밥처럼 뜨거운 입김이 공손하게 얹히고 있다
눈발은 가뭇없이 내리고
-<그 겨울, 남춘천역>, 양현근-
어느 할머니의 조언.
할미가 젤루 억울한 건 나는 언제 한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지랄,
이제 좀 놀아볼라치니 다 늙어버렸어.
나는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줄 알았다.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지 말어.
"미루다 보면 잊는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