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겨낼 것이다. 단비가 자랑스러워할 삶을 살 것이다. 출근한 나를 잠깐만 기다리듯 단비가 잘 놀며 나를 기다리는 동안, 이생에서의 삶을, 너를 키웠듯 잘 채우고 만나러 갈 것이다. 2끼를 먹이면 4끼분을 설사하는 내 사랑하는 강아지. 그런데 하루만 더 엄마 얼굴 보고 가. 하루만, 하루만 더.
독서 필사 노트를 주문했다. 책을 많이 읽고, 내면의 자신감을 키우고, 단 하나의 불특정 소녀에게라도 힘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수영을 잘하고 나름 기타를 치며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멋진 여자가 되겠다고. 그런 마음을 단비에게 약속하는 의미로 노트 표지에 For Danbi 각인도 했다.
너 얼굴 좋아 보인다란 말은 내 경험상 98프로 정도로, 고마운 안부가 아니다. 그러니 걍 할말이 없으면 날씨가 덥네요 하고 지나가길. 회사는 거지같고 개는 오늘내일이고 인생 힘들어 뒤지겠으니까. 그말은 칭찬이 아닌데요 하고 곱게 보내줄 때 알아처먹고 닥치고 꺼지라고. 알았냐.
단비는 5년 전부터 비염이 심하다. 개비염도 웃을 일이 아닌 게, 내 소원은 늘 내 남은 시간동안 빵냄새 삼겹살 냄새 못 맡아도 좋으니 우리 개가 콧물 없는 상쾌한 세상을 살길 바랐었다.
오늘 처음으로 우리개 콧물에서 락스냄새가 났다. 시간이 얼마 없다. 간병에 지쳤다 생각했는데 너무 무섭다.
MMVD C~D,신부전 3-4기 추정. 만췌, 갑기저, 전정질환, 노담낭. 퇴근하면 단비 토와 설사 치우는 데 약 30분 소요. 나와 내 강아지에겐 올 줄 몰랐던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심장과 신장 사이 줄타기. 이번 주, 고심 끝에 나는 닭가슴살을 삶았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만 알 테지.
단비 식후 인흡착제는 캡슐링해서 주는데, 그 용도로 병원에서 준 공캡슐을 새로 그릇에 옮겨 붓다가, 이걸 얘가 다 쓸 수 있을까 생각하는 내 자신이 혐오스럽다. 이젠 내 치료가 필요한 최전선에 이르른 것 같다. 단비는 요즘 아무데서나 잔다. 나도 덜 안타까워하기 시작했다. 이런 내가 끔찍하다.
내 개는 안 아플 것 같았고 난 영원히 내 개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이란
생각보다도 현실에 나약해진다. 10년 직장생활, 자수성가(성공의 의미 아님)에 이제 개 수발로 곧 대출을 앞두고 있다. 그건 퇴직하고 갚을 수 있단다. 야호. 단비는 60살의 내 인생에도 함께할 것이다.
단비 입원 7일째를 넘어갑니다. 심부전-신부전에 이은 간부전, 빈혈이 추정됩니다. 이모삼촌(3명 이하)의 기도를 (소심히) 요청드립니다. 2011년생, 엄마와 단둘뿐인 불쌍한 단비의.. 아니 충분히 가진 듯? 아니.. 예. 암튼 하필 우주에서 이런 엄마를 실수로 택한 단비를 위해 1초만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