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내려가려다 말고 뒤돌아보고는 다시 한번 더 고개 꾸벅. 황시목 떠나고 나서도 한여진 한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난간에 기대 있을 거 같음. 습관처럼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 더 꺼내려다가 멈칫 하고는 됐다... 하면서 집에 들어가는데 속으로는 다음주 토요일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중.
황시목 원주에서 일하는 사이에 한여진 담배 새로 시작했으면 어쩔...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게 밥 먹고 술은 안 마셔서 남산에 데려다주기까지 한 황시목. 2층 계단 올라가는 거 보고 돌아서서 내려오다가 걍 충동적으로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뚜벅뚜벅 올라가는데 한여진 난간에 기대서
그동안 많이 아팠지... 하면서 꼭 안아주면 황시목 가만히 안긴 채로 익숙한 체향 맡으면서 오랜만에 숨통 트이는 기분 들었을듯. 지끈거리던 머리도 맑아지는 거 같고... 이젠 정말 한여진이라는 사람 없이는 안되겠다는 걸 새삼 느껴서 그만큼 더 겁나고 그만큼 더 소중하고...
헤어진 이후 처음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심여가 너무 궁금함. 둘 다 당연히 앞에선 티 1도 안 내겠지만 속은 말이 아닐 거고...ㅠㅠ 어쩌다 둘만 남은 자리에서는 한여진 애써 아무렇지 않게 황시목한테 안부 인사 건네는데 황시목 트리거 눌린 것마냥 머리 아파오면 어떡함... 스멀스멀 올라오는
근데 거기서 순순히 한여진 붙잡을 황시목이 아님... 감사하지만 바쁘실 텐데 가보라며 보내려고 하면 한여진 눈물 그렁그렁 맺힌 채로 거짓말... 하고 말할듯. 황시목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한여진 걍 황시목 끌어안을 거 같음. 한여진이 그렇게까지 하는데 황시목이 어케 밀어내겠음.
황시목 무릎 베고 누운 채로 릴스 쭉쭉 넘기는 한여진이 보고싶군... 뚱한 표정으로 뉴스나 보다가 재밌는 거 발견한 한여진이 대뜸 얼굴 앞에 휴대폰 들이밀면 고분고분하게 시청하는 황검사...ㅎ 맛집이면 곧바로 자기 폰에 저장해두고 가끔 의미를 알 수 없는 릴스 보여주면 이게 멉니까 물어보고..
침대에서도 아무것도 안하고 껴안은 채로 누워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때쯤 한여진 덤덤한 목소리로 이제 당신 마음이 필요한데, 나도 당신한테 마음 쓰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물을듯. 구승효 늘 기다려왔던 말이니 재고 따질 것도 없이 그날부터 바로 사귀었을 거 같고... 그런 클리셰가 보고팠음..
하... 파트너로 시작한 승여 철저히 사랑 없는 관계였는데 구승효 어느 순간 자각할 겨를도 없이 한여진한테 빠지면 어떡하지... 그거 눈치챈 한여진은 구승효 밀어내려고 하고... 둘이 첫만남은 구승효 참고인조사 때문에 한창 경찰청 불려다닐 때면 좋겠음. 우연히 흡연구역에서 마주쳤던 날
말 그대로 서로 껴안은 채로 한여진 등 쓰다듬어주는데 구승효도 직감적으로 뭔 일 있었구나 느낄 거고... 오늘만 내 마음 좀 받아주면 안되냐며 나한테 기대달라고 하는 말에 한여진 처음으로 이 사람을 진짜 믿어볼까 싶었으면 좋겠고... 그날 기점으로 한여진도 구승효한테 마음 꽤 열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