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결국에는 부질없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 유시민의 경우
1. 유시민에게 덮씌워진 모함과 악의적 비방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 중 하나가 유시민을 권력을 탐닉하는 자로 묘사하는 것이다. 유시민의 삶과 중대한 결정과 발언들을 보면 너무나 분명히 드러나지만, 유시민은 권력탐닉의 반대말이다.
2. 유시민이 직업정치에 몸담은 건 대략 10년 남짓이다. 유시민은 그 시절을 꽤 고통스럽게 회상하곤 한다. 유시민 스스로 말했듯 직업정치인으로서의 삶은 그에겐 의무복무 비슷한 것이었다. 유시민이 권력 자체를 탐하는 권력의지의 화신이었다면 자기에게 남은 시간을 자유인으로 쓰기 위해 2013년에 홀연히 정치판을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2019년 이후 정치세계로 복귀해달라는 시민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미동도 하지 않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3. 꽤 오래전 유시민은 한 방송인터뷰에서 '인생이 되게 짧아요. 그리고 남는 게 별로 없어요. 부질없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유시민의 이 말은 허무주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유시민은 본디 무신론자였을 뿐 아니라 직업정치를 그만 둔 후 자연과학 공부에 심취했다. 자연과학은 우주가 지닌 공간의 광대함과 시간의 두께를 절감하게 만들고, 인간을 포함한 생물 발생의 무목적성과 무계획성과 무지향성에 대해서 탄식하게 만든다. 요컨대 인간을 포함한 우주 전체는 그냥 생겼고 존재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며 종국엔 모두 소멸한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나 성취나 지지고 볶는 일들이나 심지어 각종 참극조차도 먼지의 무게와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4. 그래서 아니 그렇기 때문에 유시민은 '청춘의 독서' 저자 자필 서명에 "저마다 원하는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믿는다"고 적은 것이다. 그게 자연인 유시민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다.
유시민의 저 말은 존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나오는 그 유명한 문장 "스스로 설계한 삶은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 인간은 양이 아니다. 양도 완전히 다 똑같지는 않다."과 켤레를 이루는 유시민식 판본이다.
5. 바로 이 지점에서 유시민이라는 지평이 열린다. 무의미와 맹목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유시민은 그것만이 최선이라고 믿기에 한국사회가 직면한 근본모순들과 정면으로 격돌했다. 유시민의 가슴에 달린 학생운동가, 저술가, 방송인, 직업정치인, 비평가, 작가 등의 타이틀은 유시민만의 방식이다. 지구의 필멸을 믿고 호모사피엔스의 한계를 직시하는 한 자연인이 한국사회가 국면마다 봉착한 모순들과 말과 글을 무기로 싸우는 과정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가장 거대한 상징권력을 획득했다는 사실만큼 역설적인 경이도 드물다.
6. 며칠전 mbc권순표의 물음표에 나온 유시민은 약간 지치고 어딘가 서글퍼보였다. 유시민이 "사실 삶이 내일 모레 끝난다고 해도 그렇게 아쉬울 게 없을 정도로 살았거든요. 이미"라고 말했다. 자기 나이가 올해 예순여덟인데 1959년생의 평균 기대여명이 불과 50살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순간 사금파리가 날아와 심장에 박히는 느낌이었다.
7. 언젠가 유시민이 사라지거나 공적 발언을 멈출 날이 올 것이다. 빠르건 혹은 느리건. 그때 우리는 아니 나는 누구를 의지해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것인가? 문득 눈 앞이 흐려진다.
[검찰개혁 기자회견문(2026.03.17)]
우리는 지난 겨울, 영하의 눈폭풍 속에서도 차가운 아스팔트를 응원봉으로 메워 마침내 이재명 정부 탄생이라는 '빛의 혁명'을 이뤄내신 국민 여러분의 준엄한 검찰개혁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오늘 검찰개혁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바로 광장에서 보여주신 위대한 시민의식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개혁 의지 또한 확고했기에, 우리 국회는 광장의 뜻을 온전히 받들어 정부안에 남아있던 독소조항들을 단호하게 제거하고 개혁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개혁은 민주진보진영의 오랜 개혁과제에서 지난 12.3내란을 겪으며 온 국민의 개혁과제로 확장, 재정립되었습니다. 국민주권정부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이 개혁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기존 정부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점들을 최대한 제거하는 조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한편, 진정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것은 공소청법, 중수청법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최종적인 형사사법체계의 모습은 수사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서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습니다.
이번 공소청법 제정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을 전면 개정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으나, 국회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소청법 조정안은 그러한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조정안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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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검사의 우회적 수사권 확보 가능성을 제거했습니다.
검사의 직무에 관한 규정에서 시행령으로 직무범위가 확장되고 이를 통해 수사권을 확보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법률에 의해서만 검사의 직무범위를 정하도록 수정했습니다.
또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공소청의 하부 조직으로 작동하고 이를 통해 검사가 수사권을 우회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 이런 구조를 수정했습니다. 입건통보의무, 검사의 입건요구권, 광범위한 의견제기권 등을 삭제해 공소청과 중수청을 상호 대등한 관계로 재정립했습니다.
나아가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삭제했습니다.
둘째, 수사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해 온 검찰의 과도한 지휘 권한을 폐지하고, 기관 간의 대등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기소 전담 기관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검사가 강제수사 과정에 개입하여 수사 방향을 통제하던 ‘영장 집행 지휘권’을 삭제하고 나아가 ‘영장 청구 지휘권’도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삭제했습니다. 한편, 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었던 ‘수사 중지권’과 ‘직무배제 요구권’을 삭제하여 공소청과 수사기관의 일방적 견제를 탈피하고 상호 대등한 기관으로서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게 하였습니다.
셋째,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경직된 '상명하복' 문화를 개선했습니다.
과거 최고 권력자가 입맛에 맞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사건을 멋대로 빼앗고 재배당하던 비정상적 행태를 국민들께서는 명확하게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당과 정부는 신설 공소청에 결코 이런 폐단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뜻을 모았습니다. 상급자의 지휘·감독은 오직 '법률'에 근거하도록 명문화하였고 검찰총장이 전국의 모든 검사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근거였던 직무위임, 이전 및 승계권을 삭제하고 해당 공소청장의 권한으로 수정했습니다.
넷째, 제도 전환의 과도기를 틈탄 불필요한 문제야기를 차단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법 시행 이후 불가피하게 기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예외적 경과 기간을 6개월에서 '90일'로 대폭 단축했습니다. 이는 과도기를 핑계로 사건 이관을 고의로 지연시키며 사실상 수사권을 계속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 편법을 입법적으로 차단하여,새로운 사법 체계가 현장에 신속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강력히 뒷받침한 것입니다.
또한, 부칙 제6조를 정비하여 조직 신설 및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정부의 주도적 권한을 명확히 했습니다. 정부가 기존 검찰 인력을 신설되는 공소청이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발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