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이른바 '가짜뉴스 처벌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발맞춰 네이버와 카카오가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허위조작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인공지능 딥페이크를 막고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도려내겠다는 명분은 제법 매끄럽고 윤이 난다. 사적 검열 논란을 피하겠다며 카카오톡이나 메일 같은 개인 메신저를 규제망에서 슬쩍 뺀 조치도 영악하다.
그러나 이 포장지를 뜯어내고 그 안에 담긴 작동 원리를 건조하게 해체해 보면, 참으로 기괴하고 위험한 통제 사회의 밑그림이 드러난다. 우리는 이 '자율'이라는 단어 뒤에 은폐된 거대한 권력의 기만을 읽어야 한다.
우선 딥페이크와 디지털 범죄를 막겠다며 슬그머니 끼워 넣은 '대형 커뮤니티 이미지 검열'의 논리 구조부터 부숴보자. 말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단번에 헛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진짜 범죄자들이 불법 조작물이나 딥페이크를 수백만 명이 오가는 대형 공개 커뮤니티에 올리는 바보짓을 하겠는가. 그들은 이미 철저한 추적 회피를 위해 텔레그램 같은 해외의 폐쇄형 메신저나, 그들만의 은밀한 소규모 점조직 커뮤니티로 숨어든 지 오래다.
경찰의 수사망도 피하는 진짜 범죄자들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면서, 왜 굳이 대형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돋보기를 들이대는가. 목적은 명확하다. 범죄 예방은 허울 좋은 핑계일 뿐, 실제로는 광장에 모인 평범한 시민들이 생산해 내는 권력에 대한 풍자 밈(Meme)과 날것의 여론을 사전에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빈대 잡는 흉내를 내면서, 사실은 시민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감시 카메라를 광장 한가운데 박아 넣으려는 서늘한 수작이다.
이들이 제시한 허위조작정보의 텍스트 검열 기준은 한술 더 뜬다.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타인의 인격권 침해', 그리고 '공공의 이익 침해'다. 이토록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언어의 늪에서 진실과 거짓을 무 자르듯 가려낼 심판관은 도대체 누구인가. 법원도, 수사기관도 아니다. 사익을 추구하는 일개 민간 기업인 포털 플랫폼사들이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독재 프레임에 걸리니, 거대 플랫폼의 '이용 약관'이라는 사적 계약의 형태를 빌려 검열의 칼자루를 쥐여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좌파 권력이 고안해 낸 가장 세련된 21세기형 '검열의 외주화'다.
자율을 빙자한 이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뻔하다.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수시로 기업 총수들을 청문회에 불러내 조리돌림하는 거대 여당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은 플랫폼은 없다. 만약 우파 유튜버나 시민이 이재명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 플랫폼은 이를 '타인의 인격권 침해'나 '허위조작정보'로 묶어 즉각 삭제하거나 노출을 제한할 것이다. 반면, 좌파 스피커들이 쏟아내는 우파를 향한 악마화나 날조는 '표현의 자유'나 '풍자'라는 이름으로 너그럽게 방치될 것이다. 정부는 뒷짐지고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 적 없고 게시물 삭제는 기업의 '자율'결정"이라 미루려는 꼼수. 기준이 모호할수록, 칼자루를 쥔 기업은 권력을 향해 기울기 마련이다.
역사적 맥락을 복기해 보면 실소조차 아깝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짜뉴스 엄단'을 가장 소리 높여 외치는 자들이 누구인가. 광우병 괴담으로 뇌송송 구멍탁을 외치고, 세월호 고의 침몰설로 장사를 하며, 첼리스트 술자리부터 최근의 '연어 술파티'까지 숨 쉬듯 거대한 거짓의 산성을 쌓아 올린 자들이다. 가짜뉴스라는 비옥한 토양 위에서 권력의 싹을 틔운 자들이, 이제 와서 자신들의 치부를 찌르는 1인 미디어와 광장의 상식적인 스피커들을 통제하려 든다. 권력을 잡은 파시스트가 가장 먼저 하는 짓은, 자신이 지나온 혁명의 길목에 검문소를 세우고 타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범죄 예방과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이 얄팍한 통제망은, 조지 오웰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의 완벽한 강림이다. 사기업의 약관을 무기 삼아 진실을 독점하려 드는 이 합법적 입틀막이 완성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인터넷 공론장은 이재명과 좌파 권력이 허락한 텍스트만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무균실이자 감옥으로 전락할 것이다. 자유를 억압하는 가장 날카로운 칼은 언제나, '당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가장 다정한 속삭임을 하며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