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명의로 남동생 차 할부를 긁어놨음
나는 연체 문자 받고 알았음
카드사에서 2회차 연체됐다는 문자가 왔음 나는 차를 산 적이 없음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중고차 할부 48개월 명의자 나 보증인 엄마였음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아무렇지 않게 “동생 출퇴근하려면 차가 있어야지” 함 서류는 내가 예전에
자취방 계약할 때 맡겨둔 인감이랑 신분증 사본으로 했대
동생한테 할부는 왜 안 내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누나가 내준다던데?” 함 엄마는 옆에서 “너는 혼자 살아서 돈 쓸 데도 없잖아 그 정도도 못 해주니”
내가 그거 내 신용이라고 연체 한 번만 더 되면 대출도 못 받는다고 했더니 엄마가 “가족끼리 신용 타령이냐” 하고 끊으심
그날 밤 가족 단톡방에 동생이 새 차 앞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옴 엄마가 “우리 아들 멋지다” 하트 세 개 달았음
“걔는 회사 다니잖아”
나도 회사 다님
“걔는 애가 어리잖아”
우리 애는 이제 돌 지났음
“그리고 걔는 아들이잖아 아들이 그런 거 하면 며느리 눈치 보여”
그 말 듣고 아무 말도 안 나왔음
그날 밤 남편이 물어봤음 처가에서 받은 것도 없는데 왜 너만 하냐고
할 말이 없었음
다음 달 검진 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음
“내일 10시다”
이번엔 처음으로 말했음
“엄마 나 그날 회사 못 빼 동생한테 부탁해”
엄마가 한참 조용하더니 그러심
“딸이 돼서 어떻게 그러니”
“엄마 딸한테는 한 푼도 안 줬잖아”
전화 끊고 동생한테 카톡 하나 보냈음
“내일 10시 아빠 검진 네 차례야”
읽씹당했음
결국 또 내가 모시고 감.
그래도 엄마는 고마워 한마디 없었음
결혼할 때 나는 한 푼도 지원 못 받았음 남동생은 2억 받았는데…
엄마는 딸은 시집가면 남의 집 사람이라고 하셨음
아들은 집 해가야 기 안 죽는다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대출 껴서 결혼했음
작년에 아빠가 쓰러지셨음
그 뒤로 병원 갈 일만 생기면 엄마 전화는 나한테 옴
“내일 아빠 정기검진이다 10시까지 와”
회사에 반차 쓰고 운전해서 모시고 가고 약 타고 밥 먹여서 다시 집에 모셔다드림
남동생은 명절에나 얼굴 비침
그것도 두 시간 앉아 있다 감
하루는 너무 지쳐서 엄마한테 물어봤음
“
다음엔 동생 좀 부르면 안 돼?”
엄마가 바로 대답하심
동생을 똑바로 보고 물었어
"자기, 오늘 나한테 수고했다는 말 했어?"
동생이 어리둥절해서
"뭔 소리야 뜬금없이?"
하니까
올케가 또박또박 말했음
"나 아침 8시부터 여기서 칼 잡고 있었어."
"자기는 공 차고 와서 잡채 없다고 한마디, 손 느리다고 한마디 했고."
그러니까 동생이
"아니 아빠 생신날 꼭 사람들 앞에서 이래야 돼?"
하더라
그때 올케 목소리가 확 커졌어
"그러니까 자기 아빠 생신이잖아!"
"자기 아빠 환갑인데 왜 나 혼자 상 차리고 자기는 땀 흘리고 와서 점수만 매기냐고!"
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어
근데 동생이 거기서 또 선을 넘음
"부부면 이런 건 같이 하는 거 아니야?"
올케가 1초도 안 쉬고
"같이?"
"자기는 오늘 뭘 같이 했는데?"
라고 받아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이 말을 못 하니까 올케가 이어서 말하더라
"우리 아빠도 작년에 환갑이었어."
"그때 자기 출장이라고 안 왔잖아."
"우리 엄마 담석 수술할 때도 전화 한 통 했지?"
그랬더니 동생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이러는 거야
올케가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응, 자기 계산법으로는 다르겠지."
"시댁 일은 며느리 몫이고 친정 일은 딸 몫이니까 자기는 어느 쪽도 안 해도 되는 거잖아."
하더라
근데 진짜 놀란 건 그다음이었어
오늘 주인공인 우리 아빠가 갑자기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시는 거야
"너 이리 좀 와 앉아봐."
동생이
"왜요 아빠?"
하니까
아빠가 굳은 얼굴로 물으셨어
"오늘 너 한 거 하나만 말해봐."
"네?"
"내 생일상 차리는 동안 넌 어디서 뭘 했냐고."
동생이 머뭇거리면서
"저도 오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하니까
아빠가 말을 끊으셨어
"뭘 알아봤는데?"
"네 엄마 30년 동안 이 상 혼자 차리다가 무릎 나간 거 몰라?"
"그걸 이제 네 처한테 그대로 물려주겠다는 거냐?"
동생은 고개만 숙이고 있었어
그러더니 아빠가 올케 쪽으로 돌아앉으셔서
"아가, 내가 미안하다. 외식하자고 내가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하시는 거야
올케가 그 말에 결국 눈물이 터졌어
엄마도 의자에 앉으신 채로 같이 우셨고
근데 동생은 그 와중에도
"아니 왜 다들 나 하나 가지고 이래?"
이러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케가 눈가 닦으면서
"자기는 진짜 끝까지 모르는구나."
하더니
"나 당분간 친정 가 있을게."
라고 했어
동생이 놀라서
"뭐? 지금 집 나가겠다는 거야?"
했더니
올케가
"응. 우리 사이 좀 생각해 보려고."
하더라
동생이
"잡채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돼?"
하니까
올케 마지막 한마디에 내 속이 다 뚫렸음
"잡채 때문인 줄 알면 자기는 아직 멀었어."
"3년 동안 자기가 나를 어떻게 썼는지 오늘 친척들 앞에서 다 보여준 거야."
동생은 그 뒤로 입도 뻥끗 못 했어
올케는 그길로 가방 챙겨서 나갔고 생신상은 결국 아빠랑 나랑 동생이 치웠음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올케 나가고 나서 동생이 나한테
"누나는 왜 거기서 올케 편을 들어?"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편 들 게 뭐 있어? 올케 말 중에 틀린 거 하나라도 있었어?"
했더니
"그래도 집안 행사에서 그렇게까지 해야 돼?"
이러더라
그래서 나도 못 참고
"올케도 이 집안 사람이야."
"이 집안 사람이라면서 왜 일은 올케만 하고 수고했다는 소리 한 번을 안 해?"
했더니 동생이 조용해졌어
근데 레전드는 따로 있었음
다 치우고 내가 설거지하려는데 동생이 슬그머니 거실 가서 야구를 트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아빠가
"야, 거기 왜 앉아 있어?"
하셨어
"네? 야구 보는데요?"
아빠가 싱크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면서
"네 아빠 환갑상이라며. 끝까지 네가 마무리해."
하시는 거야
동생은 결국 군말 없이 일어나서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했음
나는 남은 갈비 통에 담고 있었는데 엄마가 의자에서 작게 그러시더라
"내가 쟤를 너무 손 하나 안 대게 키웠나 보다."
그 말 듣는데 기분이 묘했어
밤에 올케한테 카톡했더니 친정 엄마랑 누워 있다고 하더라
하루 종일 서 있느라 다리 괜찮냐고 동생 대신 미안하다고 했거든
올케가
"언니가 왜 미안해요. 아까 언니가 제 편 들어줘서 버틸 수 있었어요."
라고 답장했어
동생은 아직도 올케한테 생신상 하나로 집 나가는 게 말이 되냐고 카톡 보내고 있대
그 소리 한 번 할 때마다 올케 짐이 하나씩 더 친정으로 가는 중인 것 같음
걔 머릿속엔 아직도 잡채가 문제인데 올케한테 그날 잡채는 3년 동안 차오른 컵의 마지막 한 방울이었을 뿐이지
제일 웃긴 건 다음 날 아침 아빠가 동생한테 보낸 카톡임
"엄마 생신이 두 달 뒤다. 그 상은 네가 차려라. 메뉴는 올케한테 공손하게 여쭤보고."
동생은 지금도 자기가 피해자라는데 지금 우리 집에서 걔 편은 강아지밖에 없음.
지난 주말에 우리 아빠 환갑이었는데 남동생이랑 올케가 친척들 다 있는 데서 크게 싸웠어
근데 나는 백 퍼센트 올케 편임
엄마가 석 달 전에 무릎 수술을 하셔서
아직 오래 서 있지를 못하셔
동생은 결혼한 지 3년 됐고 나는 혼자 살면서 회사 다니고 있어
원래 우리 집 행사는 엄마가 며칠 전부터 혼자 다 준비하셨거든
근데 이번엔 엄마가 못 하시니까
동생이 올케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가 아빠 생신상 좀 맡아줘."
이랬다는 거야
올케도 처음엔 그러겠다고 했대
문제는 동생이 메뉴를 하루에 하나씩 추가했다는 거임
잡채에 LA갈비에 미역국은 기본이고 홍어무침이랑 문어숙회까지 올리라고 했대
그래서 올케가
"이거 나 혼자 하라는 거 맞아?"
하고 물었더니
동생이 "아빠 환갑이잖아. 평생 한 번인데 좀 해주라." 이랬다는 거야
이것만 들어도 열받았는데
진짜는 생신 당일이었음
올케는 아침 8시부터 우리 집에 와서 엄마가 의자에 앉아서 알려주시는 대로 장 보고 재료 손질했거든
나도 반차 쓰고 점심때부터 같이 했어
근데 동생은 회사 사람들이랑 풋살하러 갔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올케한테
"올케, 얘 어디 갔어?"
했더니
"팀장님이 한 명 빈다고 불러서 갔어요."
이러는 거야
진짜 기가 막혀서 바로 동생한테 전화했지
"너 지금 어디야?"
"풋살장. 왜?"
"아빠 생신상 차리는데 너는 공을 차고 있냐?"
그랬더니 동생이
"내가 가봤자 방해만 되지. 누나랑 올케가 하면 되잖아."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아빠가 나만 아빠냐? 네 아빠기도 하잖아."
했더니
"알았어 알았어. 끝나고 바로 갈게."
하고 끊었음
결국 동생은 식사 30분 전에 땀에 젖어서 들어왔어
케이크도 안 사 오고
현관에서 첫마디가
"어? 잡채 없어?"
그 순간 올케가 갈비 뒤집던 집게를 내려놓더라
그러고는 조용히
"잡채는 손이 모자라서 못 했어."
했거든
그랬더니 동생이
"아빠 잡채 제일 좋아하시잖아. 그건 있어야지."
이러는 거임
그때 올케가 처음으로 표정을 굳히고
"그럼 지금 자기가 무쳐." 했어
그러니까 동생이 "누가 하래? 없길래 없냐고 한 거지." 이러더라
내가 옆에서 "너 진짜 입 좀 다물어."
했는데도 동생은 간이 어떻다느니
상이 좀 비어 보인다느니 계속 훈수를 두는 거야
그러다 큰아빠네랑 이모네가 도착하셨어
다들 상 보시더니 진짜 잘 차렸다고 하셨거든
근데 동생이 갑자기 웃으면서
"저희 와이프가 손이 좀 느려서 이것밖에 못 했어요." 이러는 거임
그 순간 올케 얼굴이 하얘졌어
나도 참다 참다
"너는 공 차다 와서 숟가락 하나 안 놨으면서 그게 할 소리야?" 했거든
그랬더니 동생이
"아니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이러는 거야
근데 그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던 올케가 고무장갑을 천천히 벗더니
우리 맞은편에 있던
반찬가게가 문을 닫았거든
뭐가 들어오나 궁금해서
출근할 때마다 힐끔힐끔 봤는데
어느 날 아침에 간판이 올라가더라
○○필라테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순간 이 거리 원장님들끼리
서바이벌 예능 찍는 줄 알았음
한번은 길 건너 원장님이
우리 스튜디오에 체험 수업을 받으러 오셨어
얼굴은 서로 알았는데
제대로 얘기해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음
매트 정리하다가 그분이 슬쩍 말을 거시더라
"원장님네는 요즘 좀 괜찮으세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아뇨. 진짜 쉽지 않네요."
했더니
그분도 웃으면서
"저도요. 이번 달 재등록 세 명이에요."
이러시는 거야
그러다 갑자기
"근데 시장 쪽 셀프 필라테스는 사람 많더라고요."
하셔서
나란히 통유리 밖을 내다봤는데
진짜 거기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원장님이 혼잣말처럼
"저기도 1년은 가려나 모르겠네..."
하시는데
괜히 남 일 같지가 않았어
전단지 붙이면서 서로 견제하던 사이였는데
까보니까 둘 다 똑같이 버티는 중이었던 거야
그렇게 1년 좀 넘었을 때
나도 슬슬 폐업 계산기를 두드리게 됐어
아침 7시 수업부터 밤 10시 수업까지 다 하는데도
강사 월급 주고 나면 내 월급이 안 나오는 달이 많았거든
주말에도 특강 하고
연휴에도 출근하고
친구들 단톡방에 여행 얘기가 나오면
늘 수업 때문에 안 된다고 했어
근데 통장은
강사로 일할 때보다 훨씬 가벼웠음
그래서 어느 날
그냥 접기로 마음먹었어
문 닫기 전 마지막 날
제일 오래 다닌 회원님이
"선생님, 진짜 그만두시는 거예요?"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네. 허리 아픈 원장은 이제 은퇴하려고요."
했더니
"선생님 수업 들으면서 허리 다 나았는데 아쉽다."
하시면서 마지막 스트레칭을 하고 가셨어
그 한마디에 1년 반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음
마지막 회원님 보내고
불 끄고 리포머 사이에 한참 서 있었어
1년 반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나왔던 곳인데
막상 열쇠를 반납하려니까 기분이 묘하더라
그렇게 정리하고 한 달쯤 지나서
기구 중고로 넘기려고 다시 갔거든
위층에서 드릴 소리가 나는 거야
설마 하고
엘리베이터 앞 공지문을 봤는데
필라테스 신규 오픈 예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포머 실어 가던 기사님이랑 같이 웃었음
지금은 다 털고
다른 센터에서 다시 강사로 일해
친구들은 아직도 이해를 못 해
"너 그렇게 필라테스에 미쳐 있었잖아. 다시 해."
근데 나는 단호하게 고개 저음
"가르치는 게 좋은 거랑 원장 하는 건 아예 다른 직업이더라."
그런데 지난달에
같이 일하는 후배 강사가 연락을 했어
"선생님, 저 이번에 스튜디오 내려고요."
진심으로 바로 말렸어
"한 번만 더 생각해 봐. 진짜 생각보다 힘들어."
그랬더니 후배가
"걱정 마세요. 상권 분석 다 했어요."
이러더라
어디 자리 봤냐고 했더니
지도 링크가 하나 왔는데
내가 나간 바로 그 자리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전화해서
"너 거기 반경 5분에 몇 개 있는지 알아?"
했더니
"알죠. 근데 저는 차별화할 거예요."
이러는 거야
그래서 물었어
"뭘로?"
그랬더니 후배가 자신만만하게
"저는 요가도 같이 할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그 자리에서 이마 짚었음
내가 마지막으로
"거기 9개 중에 요가 같이 하는 데가 7개야."
라고 했더니
후배가 한참 말이 없다가
"그럼 발레핏은요?"
이러더라
그때 확실히 느꼈어
간판 달 생각에 설렌 사람한테는 무슨 숫자를 보여줘도 안 들린다는 거.
참고로 그 후배 오픈하는 달에 그 거리에 하나가 또 생겼대.
거기 사는 사람들은 코어 하나는 전국 1등일 듯ㅋㅋ
나 필라테스 학원 차렸다가 1년 반 만에 문 닫은 사람인데
누가 필라테스 창업한다고 하면 진심으로 바짓가랑이 잡고 싶음
나도 오픈 전엔
내가 좋아하는 운동 가르치면서
회원님들이랑 웃으면서 수업하는 그림만 그렸거든
강사로 6년 일하면서 모은 돈에 대출까지 끼고
역 근처에 25평짜리 스튜디오를 열었어
리포머 다섯 대에 인테리어, 보증금까지 하니까
1억 2천이 그냥 사라지더라
오픈하는 날엔 강사 동기들이랑 가족들이
화분 보내주고 체험 수업도 꽉 차니까
'오 이거 잘만 굴리면 되겠는데?' 했지
근데 석 달 지나니까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음
한 달 회원이 40명만 넘어도
혼자 장부 보면서 뿌듯해했는데
월세, 관리비, 강사 월급, 기구 할부 내고 나면
내 손에 쥐는 건 거의 없는 거야
그래도 1년은 해봐야 안다길래 이 악물었음
그러다 어느 날
길 건너 건물에 필라테스가 하나 생겼어
뭐 그럴 수 있지 했는데
전단지를 받아보니까
그룹 레슨 1회 19,900원
이렇게 쓰여 있는 거임
참고로 우리는 1회 35,000원
며칠 고민하다가
우리도 그룹 수업을 25,000원으로 내렸어
그랬더니 잠깐은 문의가 다시 오더라
근데 두 달 뒤에
우리 바로 위층에 또 필라테스가 들어왔음
이번엔 대형 체인점이었는데
첫 달 체험 9,9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엘리베이터에 붙은 광고 보고 주저앉을 뻔했어
9,900원이면 이건 학원이 아니라
주민센터 아침 체조 교실 아니냐고ㅋㅋ
그래도 꾸준히 오는 회원님들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끌고 가보려고 했지
근데 어느 순간부터
재등록하는 분들이 하나둘 줄기 시작했음
처음엔 여름휴가 시즌이라 그런가 했어
그러다 한 회원님이 수업 끝나고
"선생님, 시장 쪽에도 새로 하나 생겼던데요?"
이러시는 거야
그래서 수업 끝나고 가봤더니
진짜 또 하나 생겨 있더라
그것도 24시간 셀프 필라테스
기구 혼자 쓰는 데 1시간 7,0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부터는 그냥 웃음만 나왔어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음
하루는 아침 수업 가는 길에
우리 건물에서 두 블록 떨어진 상가에
가벽 세우는 공사를 하고 있는 거야
인부 아저씨한테 슬쩍 물어봤어
"사장님 여기 뭐 생겨요?"
그랬더니
"필라테스요."
이러시는 거임
나도 모르게
"아니 또요??"
해버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피식 웃으시면서
"요즘 이 동네는 이것만 들어와요."
이러시더라
그날 집에 가서 지도 앱 켜고 하나하나 세봤어
우리 스튜디오에서
걸어서 5분 안에 필라테스가 9개였음
그중 2개는 간판까지 똑같은 체인이었고
근데 진짜 어이없는 일은
그다음 달 일이었음
엄마가 아프실 때 법무사 사무실에 맡겨둔 편지였음 1년 지나면 나한테 보내달라고 하셨대
편지엔 딱 두 줄 있었음
“아빠가 누구 만나도 반대하지 마. 대신 집은 네 이름으로 해놨어.”
그제야 알았음 새엄마가 왜 자꾸 집 얘기를 했는지 아빠가 왜 그렇게 식을 서둘렀는지
결혼식 전날 아빠한테 등기부등본을 보여드렸음
아빠는 한참 아무 말 안 하셨음
사회는 안 봤음
하객석 맨 뒤에 앉아 있다가 식 끝나기 전에 나왔음
그날 밤 아빠한테 문자 옴
“엄마가 너한테 그런 것까지 했니”
답장은 안 했음
아빠가 재혼식 사회를 나보고 봐달라고 함
엄마 돌아가신 지 1년도 안 됐는데…
싫다고 했더니 친척들 보는 눈이 있으니 딸이 서줘야 모양이 산다고 하심
새엄마 될 분도 따로 연락 와서 “아빠가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어” 하심 집은 결혼하고 정리하면 된다는 말도 같이
결혼식 일주일 전에 등기우편이 하나 왔음 그런데 보낸 사람 칸에 엄마 이름이 적혀 있었음
엄마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왔음 “너 엄마 카드로 39만 원 뭐 샀어?”
나는 진짜 아무것도 산 게 없었거든 근데 엄마가 대학 때 나한테 준 가족카드가 아직 살아 있었던 거야
내 지갑을 확인해봤는데 그 카드가 없었음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어
결제 내역 보니까 동네 안경점이었음 그 순간 딱 한 사람이 떠올랐음
내 남동생
중학생인데 며칠 전부터 “누나 나 안경 바꾸고 싶다” 노래를 불렀었거든
동생 방에 갔더니 처음 보는 안경을 쓰고 태연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음
“너 이거 내 카드로 샀지?”
동생이 안경을 슬쩍 올리면서 말했어 “아 그거 누나 책상에 있길래 빌린 거야”
“39만 원을 빌려?”
알고 보니 그냥 안경이 아니었음
'○○ 피아노 교습소'였음
문틈으로 보니까 아빠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진땀 흘리고 있었음 옆에서 선생님이 박자를 세주고 있었고
그 15만 원은 레슨비였음 선생님 이름이 그 여자 이름이었고
엄마가 젊을 때 피아노 치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게 꿈이었다는 말을 아빠가 30년 동안 기억하고 있었대
결혼 35주년에 엄마 앞에서 한 곡 치려고 2년째 배우는 중이었음
아빠가 나 보고 얼어서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라" 하셨음
엄마한테는 그냥 아빠 낚시 실력이 형편없다고만 말했음
결혼기념일이 다음 달임 곡은 '사랑의 인사'래
아직 왼손이 잘 안 된대
아빠 통장에서 매달 15만 원씩 빠져나갔음
엄마한테서 밤 11시에 카톡이 왔음
"너 아빠 통장 좀 봐봐 매달 15만 원씩 어디로 나가"
아빠는 은행 앱을 못 씀 그래서 아빠 통장은 내 폰에 연결돼 있었거든
열어봤더니 진짜였음 2년 동안 매달 5일에 15만 원씩 같은 계좌로 빠져나가고 있었음 받는 사람
이름은 처음 보는 여자 이름
엄마는 이미 울고 있었음 나도 손이 떨렸음 아빠가 요즘 주말마다 낚시 간다고 혼자 나가는 것도 갑자기 다 이상해 보였음
다음 날 아빠 차 조수석에 탔음 낚시 따라가겠다고 아빠가 엄청 당황하더니 "너는 재미없을 텐데" 하셨음 더 수상했음
근데 아빠 차는 낚시터가 아니라 시내 쪽으로 갔음 오래된 상가 건물 앞에서 멈췄음
아빠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하고 2층으로 올라가셨음
10분 기다리다가 따라 올라갔음 문에 붙은 간판을 보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음
남편이랑 우리 아빠였음
둘이 공원 트랙을 같이 뛰고 있었음.
아빠가 작년에 건강검진에서 당 수치 나왔는데 나한테는 걱정할까 봐 말 안 했대
남편한테만 털어놨는데 남편이 "그럼 저랑 매일 뛰어요 아버님" 해서 한 달째 몰래 뛰고 있던 거
비밀번호 바꾼 건 아빠랑 둘이 만든 단톡방에 '장인어른 감량 일지'가 있어서 우유는 아빠가 뛰고 나서 꼭 마셔야 된다고 해서 매일 사 온 거였음
나무 뒤에서 나오니까 둘이 동시에 굳었음 아빠가 먼저 "아 들켰네" 하고 웃으셨음
그날부터 셋이 뜀.
남편이 몰래 매일 밤 10시에 나갔음
결혼 2년 차인데 남편이 한 달 전부터 이상했음
매일 밤 10시만 되면 "편의점 좀 다녀올게" 하고 나갔음
돌아오는 건 늘 11시 넘어서
편의점은 집 앞 1분 거리임
근데 사 오는 건 맨날 우유 하나 옷에서는 이상하게 땀 냄새가 났음
친구한테 말했더니 "야 그거 진짜 이상한데" 하더라 그날부터 나도 잠을 못 잤음 남편 폰은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음
결국 어느 날 밤 남편이 나가고 5분 뒤에 나도 따라 나갔음 슬리퍼 신고 패딩 뒤집어쓰고
남편은 편의점을 그냥 지나쳤음 큰길 건너서 동네 뒷산 쪽 공원으로 들어갔음 가로등 밑에 누가 기다리고 있었음 남편이 그 사람한테 손을 흔들었음
심장이 터질 것 같았음 나무 뒤에 숨어서 휴대폰 카메라를 켰음 그리고 줌을 당겼음
카드 앱에서 '가족카드 해지'를 눌렀음
동생이 쓰던 내 가족카드였음 지난달에만 게임 아이템 결제가 31만 원 찍혀 있었음 엄마는 몰랐음 내가 매달 조용히 갚았거든
결제 내역을 화면 그대로 식탁 가운데 놨음 엄마가 한 줄씩 내려 읽다가 동생을 쳐다봤음 아빠도 안경을 썼음
동생이 "아 그거 나중에 방송으로 벌어서…" 하는데
엄마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한 번 쳤음
옆에 나는 그냥 서울행 기차표를 하루 당겼음
엄마가 내 방을 동생 게임방으로 바꿨음
취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지 반년 만에 본가에 내려갔음
현관에서 신발 벗는데 엄마가 좀 머뭇거리면서 "너 방 좀 정리했어 놀라지 마"
방문 열었더니 내 침대가 없었음 대신 책상 두 개에 모니터 세 대 바닥엔 게임 의자랑 에너지드링크 박스 벽에 붙어 있던 내 상장들은 떼서 베란다에 쌓여 있었음
동생이 헤드셋 낀 채로 뒤돌아보더니 "아 누나 왔어? 거실에서 자면 되지?"
엄마는 동생이 방송 준비 중이라 방이 필요했대
"너는 어차피 일 년에 두 번 오잖아"
그 두 번 올 때마다 내가 용돈 50씩 드렸음
동생 게임 의자도 사실 내 카드로 산 거였음 할부 아직 남았음
그날 밤 거실 소파에서 잤음 새벽 세 시까지 방에서 동생 고함이 들렸음
아빠는 아침에 나를 보더니 "불편하면 찜질방이라도 가지" 하셨음
다음 날 아침 상 차리는데 동생이 늦게 나와서 "누나 나 이번 달 인터넷이랑 전기세 좀 나눠 내자 방송하니까 많이 나와"
나는 숟가락 내려놓고 휴대폰을 열었음 카드 앱이었음
정거장 바로 앞 편의점이었음 학생이 나한테 천 엔을 깨라는 듯이 계산대를 가리켰음 물 하나 사서 잔돈을 받았음 학생이 230엔을 세어서 내 손바닥에 올려줬음
그리고 뒤를 가리켰음 아까 그 버스가 정거장에서 안 떠나고 서 있었음 비상등을 켜고
기사님이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계셨던 거였음 230엔을 넣으니까 기사님이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하셨음 학생은 이미 반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음
그날 산 물은 마시지도 않고 한국까지 들고 왔음 아직 책상 위에 있음
교토 버스에서 잔돈이 없어서 내리지 못했음
교토에서 시 버스를 탔는데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리면서 돈 내는 방식이었음
230엔 근데 내 지갑엔 천 엔짜리 지폐뿐이었음
요금함 옆에 지폐 교환기가 있다는 건 알았음 근데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교환기에 '고장' 종이가 붙어 있는 걸 봤음 식은땀 났음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했음
일어나서 기사님한테 손짓 발짓으로 말했음 "스미마셍 천 엔밖에 없어요" 기사님이 뭐라고 길게 말씀하셨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음 뒤에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
얼굴이 빨개져서 그냥 천 엔을 넣으려고 했음 잔돈 안 받아도 되니까 그때 기사님이 손바닥으로 요금함 입구를 막으셨음 고개를 저으면서
뒤에 서 있던 교복 입은 남학생이 나한테 뭔가를 내밀었음 아니었음 나한테가 아니라 기사님한테 말을 거는 거였음 둘이 몇 마디 주고받더니 학생이 내 쪽을 보고 서툰 영어로
"Next stop with me OK?"
뭔지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음
그 정거장에서 같이 내렸음 학생이 앞장서서 걸었음 나는 그냥 따라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