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ame_521 (한쪽 시야가 어둠에 잠겨 있어 소리가 난 오른쪽으로 천천히 몸을 틀자, 당신의 모습이 흐릿하지만 온전히 눈에 들어온다.) 바람 소리에 묻혀 자네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조금 늦게 알아챘다만 짙은 대원복과 그 하얗고 서늘한 머리칼은 달빛 아래서도 제법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군.
문득 나도 지레 겁이 나 울고 싶은 날이 많았다. 지독한 통증이 온몸을 찌르고 감은 눈의 어둠이 짙어지고, 아주 가시지 않는 외로움이 나를 찾아와 나를 감쌀 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고통과 눈물마저도 내가 살아있으며, 누군가의 방패가 되어 싸웠다는 자랑스러운 증거라는 것을.
세상으로 전해지는 기척의 끝에 결국 당신이 있다는 사실에, 들이키는 숨조차 가벼워 이내 범절 없이 경내를 맴돈다. 진동은 온 세상을 울린다. 곧 당신을 향하여 닿는 것이 달가운지 혹은 버거운지조차 감히 헤아리지 못한 채, 그저 머릿속에 이 괴리를 펼쳐 보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