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돌아와. 돌아와서 내가 거름으로 뿌려진 꽃밭 위를 천천히 산책하는 삶을 살든, 그 전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되든.
돌아오라고, 이 개자식아.
나는 집 밖에 모르는 개새끼라, 이것도 집이라고 나가면 돌아오지 못할까봐 나가지도 못하는 개새끼라 이렇게 목줄도 없이 매여있으니까.
네가 예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예쁜 게 얼마나 좋은 건지를 몰랐던 게 아니라. 매일 밤 흙탕물에 절여진 장부를 고치고 돈을 빼돌리고 세탁하고 그 모든 일에 내 이름을 적어넣고 아버지 어머니 잔에 술을 따라주며 같잖은 아들 노릇을 흉내내면서,
네가 보고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아무것도 얻지 않아도,
넌 볁뱩혅이니까.
무언가를 얻어내지 않으면, 아니 내 것도 아닌 것을 입에 욱여넣고 씹고 삼켜도 채워지지 않는 이방인의 속을 너는 몰라. 그게 목에 걸려 급체로 뒈질 걸 알아도 입에 넣지 않으면 죽을 거 같은 헛헛함을 너는 몰라. 나라고-
ps. 견스야. 나랑 같이 갈래?
겭스야.
간지럽게 닿던 숨. 침대 아래 납작 엎드려 숨도 소리도 죽인채 주고받던 눈길. 숨결. 곧 닿던 입술. 목에 자연스럽게 감기던 가늘고 아름다운 손가락. 겭스야. 난 네가 예뻐. 뭐래. 그러니까 예쁜 것만 하면 좋겠는데.
너는 몰라. 이 모든 건 원래 다 네 거니까.
그리고 방금 받은 엽서에 적힌 주소를 전송하지. 그래서 볁뱩혅. 이 같잖은 숨바꼭질을 대체 언제까지 할 건데.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올리고 의자에 뒤로 눕듯 앉아 끓어오르는 신경질을 가라앉혀. 시선 끝내 걸리는 명패. 이사 됴 겭 스. 우습지도 않아서 헛웃음이 새지. 저게 언제까지 멀쩡할까.
됴라고 몰랐을까. 노력파인 저보다 늘 모든게 쉬웠던 변뱩혅이 왜 시험을 망치곤 했는지. 저보다 항상 낮은 석차를 들고 집에 갔는지. 왜 괜히 부모님이 원하는 과에서 몰래 바꾸어 지원했다 아버지에게 손찌검을 당했는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왜, 종래에는 이렇게 내뺐는지.
차라리 그 애가 쫓는 허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장단을 맞춰주는 꼴이 되더라도.
겭스야 안녕. 이 편지를 적는 지금은 2월. 여기는 스위스야.
늘 지구 저 너머 어디에선가의 사진이 담긴 엽서에, 재미도 없이 똑같이 시작하는 글. 됴는 번호가 남지 않는 어플을 켜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내.
뱩네 집안에서 거두어 키운 됴와 형제처럼 자란 뱩 생각나요...
사실 말이 좋아 형제였지. 사실 뱩은 이해타산 벗어남 없는 제 부모가 왜 됴를 거둬왔는 지 너무나 잘 알았지. 뒤 구린 일 산처럼 쌓아두고 사는 이 집안에서, 여차 일 터지면 죄 뒤집어 씌워 대신 날려버릴 허수아비 키운다는 거.
입다물고있으면 세상 그렇게 차가워보일 수 없는 얼굴로. 난리야 칠 수 없다만 그렇다고 순순히 협조적으로 나서줄 의향도 없이 앉아있던 섀훉은 그렇게 그를 만났지.
-...처음 뵙겠습니다. 김줁멵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도 고개를 함부로 숙여서는 안되는 그 사람. 제 신랑될 왕세자라는 남자를.
모먼쌤 짤 선정 고트하신 거 봐...
클리셰는 언제 먹어도 맛있어서 클리셰지요 이건 세자빈X세자로 먹어야 옳다... 입헌군주제인 대한민국 왕실의 유일한 적자 계승 1위의 멵. 어느날 갑자기 재계 2위 H그룹의 막내아들을 반려로 맞이하게 됨. 갑자기요?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하라...
아 진짜 나 미쳐버리겠네!
집에서부터 펄펄 뛰고 난리를 쳤지만 그렇다고 섀훉이 아주 천치는 아니라서. 오히려 머리는 좋은 편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가 편하니 그렇게 살았지만. 그러니 다과회...라는 이름의 첫 약식 상견례를 위해 궁으로 불려들어갔을 때, 거기서도 방방 뛰지는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