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는 자신이 남기고 간 시간선에 대해 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음. 이미 버린 회차기도 했고, 깊은 의문을 가질만큼 궁금하지도 않았음. 근데 류건우를 사랑하고 나서 시간이 돌아가지 않고 평행세계처럼 그대로 남아있으면 어떡하나, 제가 죽고 남을 건우를 걱정하는 청려 보고싶다
청려는 실소를 지었음. 이미 브이틱은 실패했고, 죽음은 목전에 다가와있었음. 완벽한 브이틱을 만들기 위해선 불필요한 감정은 배제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건우는 청려가 두고 가야 할 것 중 하나였음. 고백하고 툭 털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청려는 그렇지 않을 거란 걸 알았음.
다음날 열이 내리고, 당연하게도 청려는 그일을 잊어버리지 않았음. 식탁에는 거르지 말고 챙겨먹으라는 메모와 아침에 만들고 나간 듯한 죽과 약이 놓여있었음. 반듯한 필체에선 걱정이 묻어났음. 새벽에 들었던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했음. 건우가 남기고 간 모든게 다정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