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카파시가 GitHub에 파일 하나를 올렸다.
코드도 없다. 앱도 없다. 그냥 마크다운 문서 하나만 있는데. 이름은 llm-wiki.md. 올린 지 10시간 만에 별 1,757개, 포크 318개를 받았다.
이 뜻은 전 세계 개발자들이 그 파일 하나 보고 "바로 이거야"를 외쳤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가 AI를 쓰는 방식이 사실 꽤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을 아는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AI에게 파일을 던져주고 "이거 요약해줘", "이거 분석해줘"를 반복한다. 질문할 때마다 AI는 그 문서를 처음 읽는다. 어제 읽었던 논문, 지난달에 저장해둔 기사, 3년 전에 메모해둔 아이디어를 말이다.
AI는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 매번 새로 읽고, 매번 새로 연결하고, 매번 새로 이해한다. 쌓이는 게 없다.
이걸 RAG 라고 부른다.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없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당신이 매일 같은 책을 처음 읽는 사람한테 질문을 던지는 거랑 같다. 그 사람은 절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어제 읽은 걸 오늘 잊으니까.
카파시가 제안한 건 다르다. AI가 지식을 읽을 때마다 그냥 답을 뱉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걸 위키에 쌓아두는 것이다. 연결하고, 모순을 찾아 표시하고, 업데이트하고, 계속 더 풍부하게 만들어간다. 새 자료가 들어올수록 위키는 더 똑똑해진다. 쌓인다. 마치 이자의 복리처럼.
구조는 단순하다. 세 겹이다.
첫 번째 겹은 원본 자료들. 논문, 기사, 메모. AI는 이걸 읽기만 하고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두 번째 겹은 위키. AI가 직접 쓰고 유지하는 마크다운 파일들. 요약 페이지, 개념 페이지, 연결 페이지. 당신이 읽고, AI가 쓴다.
세 번째 겹은 스키마. AI한테 "이 위키를 어떻게 관리해"라고 알려주는 설정 파일. 카파시는 이걸 AGENTS.md나 CLAUDE.md에 넣어두라고 한다.
카파시 본인은 왼쪽에 AI 에이전트, 오른쪽에 옵시디언을 열어두고 쓴다고 했다. AI가 위키를 수정하면 옵시디언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걸 본다고. 그의 표현이 정확하다. "옵시디언은 IDE, AI는 프로그래머, 위키는 코드베이스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 방식도 달라진다. 소설 한 권 읽으면서 챕터마다 AI한테 넣으면, 끝날 때쯤 등장인물 관계도, 복선 추적 페이지, 주제 연결 지도가 완성되어 있다. 톨킨 게이트웨이처럼 수천 명이 수년에 걸쳐 만든 팬 위키를 혼자, AI와 함께, 책 한 권 읽는 시간에 만들 수 있다.
근데 이 파일이 왜 이렇게 빠르게 퍼졌냐. 기술적으로 새로운 게 있어서가 아니다.
카파시가 이 파일을 "아이디어 파일"이라고 부른 게 핵심이다. 코드가 없다. 우리가 직접 설치할 게 없다. "이 아이디어를 당신 에이전트에게 그대로 복붙하면, 에이전트가 당신 상황에 맞춰 직접 구현해준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앱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받은 사람이 실행하는 게 아니라, 받은 사람의 에이전트가 실행한다.
이게 왜 충격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코드를 나눈다. 하지만 코드는 여전히 직접 설치하고, 설정하고, 유지해야 한다.
아이디어 파일은 다르다. 에이전트가 당신 환경, 당신 워크플로우, 당신 취향에 맞게 알아서 구현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했다. 근데 사실 정보가 많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정보가 연결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LLM 위키는 그 연결을 AI한테 맡기는 거다. 당신이 할 건 좋은 자료 찾아오는 것, 그리고 좋은 질문 던지는 것. 나머지 연결, 요약, 교차참조, 모순 발견, 업데이트는 에이전트가 한다. 우리의 생각과 뇌는 더 중요한 일에 쓰인다.
지식을 쌓는다는 건 원래 그런 거였다. 연결되고, 업데이트되고, 깊어지는 것. 우리는 그냥 그걸 할 인내심이 없었을 뿐이다. 에이전트는 인내심이 무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