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바지에는 휴대폰과 지갑을 넣고도 남을 만큼 큰 주머니가 달려 있는데, 왜 여자 바지의 주머니는 이렇게 작거나 아예 없는 걸까? 그냥 여성복이 조금 불편하게 만들어진 것뿐일까?
조사 결과 여성 청바지 가운데 주요 스마트폰을 완전히 넣을 수 있었던 앞주머니는 약 40%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여자 바지는 왜 휴대폰이 안 들어가?"라는 말이 단순한 투정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실제로 작았다.
여성복의 주머니 문제는 단순히 주머니가 작아서 불편하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 여성이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옷이 설계되어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충분히 크면 휴대폰을 넣고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갑도 넣을 수 있고, 열쇠도 넣을 수 있고, 대중교통을 타면서 가방을 계속 붙잡고 있을 필요도 없다. 반대로 주머니가 없거나 너무 작으면 다른 수납공간이 필요하다. 가방을 들거나, 물건을 손에 들거나, 누군가에게 잠시 맡겨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가 불편을 감수하게 만드는 디자인이 아니다. 사용자가 실제로 무엇을 들고 다니는지 생각하고 그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다.
휴대폰이 들어가야 한다면 휴대폰이 들어가야 하고, 지갑을 넣어야 한다면 지갑이 들어가야 한다. 열쇠를 넣어야 한다면 열쇠를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여자 옷의 주머니 이야기는 단순히 패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의 편의를 기본값으로 삼아 옷을 만들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생각했다.
"여자는 원래 가방을 들잖아."
하지만 그 말의 순서를 바꿔보면 조금 이상해진다.
"여자는 왜 가방을 들어야 할까?"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이런 질문이 남는다.
"애초에 옷에 주머니가 충분했다면?"
어쩌면 여성들이 가방을 많이 들어서 주머니가 필요 없었던 게 아니라, 주머니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방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에 여자 바지를 입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보자. 편하게 안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에 또 가방을 찾게 될 것이다.
그때 한 번쯤 생각해보자.
이게 정말 취향의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가 너무 오래 불편한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