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의 우리〉 제10부: 낯선 가시, 길들여지지 않은 도련님
스륵, 착.
젖은 수건을 바닥에 내던진 시우는 세 사람의 시선이 꽂히는 와중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바닥에 놓인 하복 수의를 집어 들었다.
거친 먹물로 뒤덮인 나신 위로 뻣뻣한 원단의 청색 수의가 한 겹 덮였다. 단추를 대충 목 밑까지 채워 넣고 바지춤을 끌어올렸지만, 바깥에서 갓 굴러떨어진 도련님의 몸짓에는 어딘가 어색하고 팽팽한 신경질이 묻어 있었다.
옷을 다 챙겨 입은 시우는 방구석에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앉지 못하고 있었다.
차갑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그리고 곰팡내와 퀴퀴한 땀내가 배어 있는 ��은 모포 쪼가리. 바깥세상에서 최고급 가죽 소파와 실크 침구 위에서만 엉덩이를 붙여왔을 스물한 살 재벌가 막내 도련님에게, 이 삭막한 감방의 바닥은 맨살이 닿기조차 끔찍한 오물통이나 다름없었다.
시우는 좁은 방 한구석을 초조한 듯 느릿하게 서성였다.
벽에 등을 기대지도,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지도 못한 채, 삐딱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세 사내를 힐끔거리며 발끝만 까딱거리는 꼴.
그 꼴을 문턱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던 수찬의 눈썹이 험악하게 치켜 올라갔다.
"저 새끼 저거 봐라. 군기 빠져서 엉덩이 붙일 생각도 안 하고 똥 마려운 개마냥 서성거리는 꼬라지 하고는."
수찬이 으르렁거리며 한 걸음 발을 떼려던 찰나,
상석으로 성큼 걸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이현의 나직한 음성이 방 안의 공기를 ��랐다.
스륵.
이현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단추가 풀린 셔츠 앞섶 사이로 서늘한 흑안(黑眼)을 들어 올렸다. 초조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딱딱한 바닥을 경계하는 시우의 앳되고 오만한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던 이현의 입술 끝이 피식 비틀렸다.
"수찬아."
"예, 형님."
이현은 턱짓으로 방구석에 개켜져 있던 여분의 모포 더미를 가리키며 무심하게 내뱉었다.
"쟤 방석 찾는다. 아무거나 푹신하게 해서 줘라."
"……예?"
수찬은 제 귀를 의심하듯 멍하니 이현을 쳐다보았다.
새로 들어온 흉악범 신입의 대가리를 깨부숴 군기를 잡아도 모자랄 판에, 바닥이 딱딱해 앉지도 못하는 풋내기 도련님에게 '푹신한 방석'을 만들어주라는 상석의 명령.
그 황당한 지시에 수찬의 턱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 씨발."
수찬은 기가 찬다는 듯 헛숨을 ���어냈지만, 이현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는 씩씩거리며 구석에 개켜져 있던 낡은 모포 두 장을 거칠게 낚아채더니, 반으로 턱턱 접어 두툼하게 겹쳐 시우의 발치 앞으로 툭 던졌다.
퍽.
먼지가 살짝 피어오르는 모포 방석.
그제야 시우의 굳어 있던 미간이 조금 풀렸다. 시우는 당연하다는 듯 턱을 치켜든 채, 두툼하게 깔린 모포 위에 엉덩이를 얹고 무릎을 굽혀 자리를 잡았다. 바닥의 거친 한기가 차단되자, 잔뜩 긴장해 곤두서 있던 어깨가 한결 나른하게 내려앉았다.
방 안에는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화장실 구석에 웅크린 영우는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었고, 수찬은 팔짱을 낀 채 이 꼴값 떠는 도련님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시우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 방의 가장 깊숙한 상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이현에게 가닿아 있었��.
스륵.
시우가 비스듬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카로운 콧날, 서늘하게 굳은 턱선,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을 뿜어내는 칠흑빛 검은 눈동자.
처음 문이 열렸을 때부터 느꼈던 이질적인 기시감.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눈빛이었다.
저 오만하고 서늘한 분위기, 사람을 먹잇감 취급하며 단숨에 숨통을 틀어쥐던 지독한 압도감.
시우의 붉은 입술 끝이 서서히 말려 올라가며, 낮고 나직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시우의 삐딱한 음성이 좁은 감방을 울렸다.
"형, 진짜 서이현 맞네?"
그 부름에 상석의 이현이 미간을 아주 미세하게 좁혔다.
시우는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쥔 채, 마치 비밀스러운 옛이야기를 꺼내듯 나른하게 혀를 찼다. "기억 안 나요? 5년 전인가. 강남 사설 독서실 1인실."
"……."
"여름방학 내내 밤샘 공부한답시고 문 꽁꽁 잠가��고…… 그 좁아터진 책상 밑에서 교복 다 벗어 던지고, 땀범벅 된 채로 나체로 뒹굴었던 거."
시우의 눈꼬리가 뱀처럼 가늘어졌다.
"그때 형이 내 허리 부러질 때까지 박아놓고는, 시험 끝나니까 입 싹 닦고 잠수탔잖아. 명문대 간다더니…… 꼴이 왜 그래? 이런 시궁창 교도소 상석에 쳐박혀 있을 줄은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