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에 있는 뭔가를 하는 사람을 찍는다는 것.
내가 투영될 수 없는 가득찬 사진들. 찍혔기에 분류될 수밖에 없는 사진들. 나열되는 사진들. 내가 머물지 않은 곳에서 또는 내가 한 번은 들어본 곳에서 나 대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
서울시립사진미술관, <We Are Martin Parr>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비디오는 우리에게 다다른다. 어릴 적 소피만 느낀 감정처럼 영화를 본 각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그건 카메라를 든 사람의 심정이며 나아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심정이다.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순 없다. 어쩌면 모든 것이 고작 이거다. 나는 무엇을 오늘도 보는가.
<애프터썬>, 샬롯 웰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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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알게 된 것, 항상 뒤늦게 알게 되는 것. 비로소 영화가 보여주는 카메라의 뒤, 아니 진정한 내 삶의 앞.
소피는 주인공이자 촬영자이며 감상자이기도 하다. 기억은 사진이나 깨진 영상처럼 일부만 저장한다. 언제나 최선의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
너의 입에선 숨이 아니라
기억이 흘러나오고 있겠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어느 날 내가 느낀 데자뷰같은.
...
나는 자신과
결판을 지어야만 해.
살아있는 자라면.
더는 벌어지지 않는
너의 입을 갈라내서라도
들어야만 해.
...
.
<우위>, 김마일, 2026
하지만 파괴적인 예술은 자본주의에서 어떤 미 로 자리한다. 서로를 계속해서 집어삼키는 이 구조 속에서 나는 또다시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나는 화가 였다가 예술가 였다가 시인이었다가 그저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그건 열정과 집착이라기 보단 아무것도 잡지 못함이다.
정치인은 우리 일상을 가꾸고 연예인은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 있어서 잘못을 하면 욕을 먹는다. 광대도 분명히 일상을 바꾼다. 정치인은 뒤에서 일을 꾸미고 광대는 눈앞에서 아무도 모르게 일을 꾸민다. 프로파간다 그것은 내가 가장 멀리해야 할 것이며, 나는 파괴적인 예술만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일상을 일상이라고 말하기 위해서
일상의 바깥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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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Threshold>, 챕터투
3. <여기 () 있어요>, 온수공간
4. <Eagles, Army Headquarters, and Football Films>, 대안공간루프
<아노라>, 션 베이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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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애니의 본명인 아노라라는 이름의 뜻은 모든 일이 일단락 된 후에, 그것도 낯선 남자의 궁금증을 통해서 밝혀진다. 석류같이 붉은 머플러도 그녀의 머리에서 빛나던 가짜 머리칼도 사라졌다. 하지만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아노라적'인 순간들을 통해서.
완전히 개명하지 않고 두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삶에서의 어떤 발버둥과도 같다. 아노라에게 '게임 오버'는 진정한 삶이지만 관람자에게 그것은 그저 타자의 삶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 삶을 재생시켜 삶과 삶을 접합시킨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나체로 몸을 흔드는 여성들에게 눈살이 찌푸
<트위스터스> 정이삭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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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영화의 끝까지 주인공을 따라다닌다. 마치 영화 내내 발생하는 토네이도처럼 물컵 안에서, 손가락에서, 갈등속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나는 토네이도의 안과 밖을 날아다녔다. 그건 다름아닌 영화가 보여주는 영화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테니스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테니스는 작용한다. 그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테니스는 기어코 코트를 벗어나 그것에 손댄 사람들을 뒤흔든다. 편들지 않는 승부가 게임다운 게임이 되듯, 사랑의 오락성을 영화는 드러낸다. 그럼에도 테니스의 언어는 코트 안에서만 통할 것이다.
<챌린저스>, 루카 구아다니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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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테니스는 스포츠가 아니라 다시 시작된 게임이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하기 위한 게임. 다양한 각도로 보여지는 테니스는 하나의 코트(틀)안에서 이뤄지는 미결의 문법같다. 특별한 카메라와 사운드가 빚어내는 끊임없이 열어 젖히는 사랑의 영화.
좋아서 그린 그림은 몇 분간이었을까. 아니면 다 그리고 나서 좋아지는 걸까. 아니면 까먹었던 예전의 그림이 다시 좋아보이기도 할 것이다. 좋아서 그린 그림은 기억하려는 의지 없이 그려낸 것으로 이미 그것이 '형상'이 될 준비가 다 된 이미지일지 모르겠다. 그림은 말도 하지만 듣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