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혼산 안 보다가 던 나온 편 화제길래 봤는데
인상적이었던 부분
"라탄이 물에 적시기 전엔 잘 부러져요
근데 물을 먹이면 유연해지거든요?
이제 그런 걸 보면서 사람이 너무 강하면 부러질 수 있겠구나
좀 유연하게 살면 부러지지 않고 덜 힘들지 않을까"
"글루건이 만지면 엄청 뜨거워요
근데 어느 정도 굳게 되면 만지면서 형태를 잡을 수 있어요
아 사람의 감정이 뜨거워졌을 때는 서로 건드는 게 아니구나
오히려 좀 식었을 때 서로를 어루만지면
서로 형태를 맞춰갈 수 있겠구나"
예전엔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취향이 가장 궁금했음.
무슨 음악 듣는지.
어떤 영화 좋아하는지.
인스타에는 뭘 올리는지.
카페 가면 뭘 시키는지.
그런 걸 하나씩 알아가는 게 재밌었음.
근데 나이 먹고 연애 몇 번 해보니까
취향은 생각보다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음.
오히려 진짜 중요한 건 겉으로는
절대 안 보이는 것들이었음.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바로 씻는 사람인지.
주말에 알람 없이도 일찍 일어나는 사람인지.
택배 상자를 며칠 동안 안 버리는 사람인지.
설거지를 바로 하는 사람인지.
빨래를 모아서 하는 사람인지.
아프면 병원 가는 사람인지.
아픈데 버티는 사람인지.
돈을 아끼는 사람인지.
돈을 쓰는 기준이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건
취향인데 사람을 계속 좋아하게 만드는 건
생활인 것 같음.
예쁜 카페를 좋아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음.
근데 카페 들어가서 직원한테
어떻게 말하는지는 중요했음.
맛집을 얼마나 아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음.
근데 식당에서 물 갖다주는 사람한테
어떻게 대하는지는 중요했음.
연애 초반에는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상대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더 궁금해졌음.
방이 너무 더러우면 왜 그런지.
돈이 없으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스트레스 받으면 누구를 찾는지.
실수했을 때 사과할 줄 아는지.
생각보다 사람의 대부분은
특별한 순간보다
평범한 화요일 저녁에 드러났음.
여행 가서 찍은 예쁜 사진보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들고
편의점 가는 모습에서 더 많이 알게 됐음.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랑 제주도를 갈 수 있을지보다
마트를 갈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함.
제주도는 1년에 몇 번 가지만
마트는 일주일에 두세 번 가니까.
결국 같이 살아간다는 건
특별한 이벤트 몇 번보다
별일 없는 하루 수천 번을
공유하는 일이었던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