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너머 동그래진 눈. 영석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서 있던 그가 다시 영석 곁으로 돌아왔다. 가만히 올려다보는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괜찮습니까? 얼굴이 창백합니다."
그가 갸웃거렸다. 영석은 무언가 답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입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단풍잎에 틀어막힌듯이.
단풍잎이 피묻은 손처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바람에 물결치는 새빨간 잎들이 파도를 타고 출렁거리던 손들 같아서. 얼굴을 물밖으로 내밀지도 못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가라앉던 그 무수히 많은 손과 손과 손.
가을이면 영석은 빨간 단풍잎이 자신을 깊은 물 속으로 잡아당기는 꿈을 꾸곤 했다.
그러므로 푸른기와의 집 근처를 거닐다 마주친 단풍에 영석이 걸음을 멈춘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의 결과였다. 유난히 크게 자라난 단풍나무. 붉은 손들이 온 하늘을 뒤덮을 것만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치는 손들. 영석의 심장이 공포로 쿵쿵 뛰었다.
"오장관?"
영석은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영석동재영훈 다 모여서 박무진한테 안대 씌워놓고 입만으로 누구 물건인지 맞추면 오늘은 혼자 아무 일도 없이 잠들게 해주겠다고 약속해서 무진이 열심히 입술로 더듬고 맛보면서 정답 외쳤는데 다 틀렸다고 밤새도록 다시 공부시킴
근데 사실 다 정답 맞춘 거 맞음 박무진은 뭐든 금방 배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