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말인데⋯⋯ 재관아. 우리 낮잠 타임 가질까? 아. 지금은 낮도 아니고 현무 1팀은 밤샘 근무였으니까 말에 어폐가 있어? 어. 너 말 잘 꺼냈다. 쪽잠. 쪽잠. 응? 재관이 너는 아가라 모르겠지만 이 아저씨는 뼈부터 삭아서 온몸이 아퍼. 재관, 재관아? 왜 나 아저씨라는 말에는 부정 안 하지? 야.
와아. 개같은 평일. 가끔 이렇게 중얼대면 재관이가 찰싹 붙어선 죄 없는 털동물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한다. 재관아아. 그 개 아니구. 개떡 할 때 개. 그러면 재관이가 다시 말한다. 요원님. 우리는 주말에도 일하지 않습니까. 경우에 맞는 말씀만 하세요. 야! 어떻게든 일단 맘에 안 들지? 미워.
불같은 성격은 어째야 하나 몰라. 사주에 불이 많은 것도 아닌데. 하나 꽂히면 무섭게 쫓아. 뿌리를 박고 싶어 하나? 그 자리를 마련해 줄게. 매일 잘 닦아 주고, 흙을 살피고, 줄기에 해를 먹이고, 이파리에 맺힌 이슬을 바라볼게. 요원님이 매일 찾아갈 테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 여긴 안전해.
그래. 우리들은 프로니까. 요원이 요원을 구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거야. 어떤 일들은 법칙과 인과를 뚫고 탄생하기 마련. 흉터를 파고드는 어떤 마음. 부적을 써도 소용이 없는 마음. 어둠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박동을 떠올리자. 심장께를 더듬으며 이야기를 나누자. 둘의 심장과 하나의 떨림.
그래서 너한테 가지 말라는 말을 못할 것 같아. 솔음이 넌 이미 정을 둬 버려서, 내 탓을 하지 않을 거잖아. 네가 조금만 더 나쁜 아이였다면. 모든 걸 내게 미루고 나를 미워했다면. 나도 마음이 좀 편했을까? 미안해, 솔음아. 나도 잃어버린 게 많아서 너만큼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꼭. 돌아가자.
솔음아. 너에게 집이란 그저 천장이 있는 몸 누울 공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 이 요원님은 눈만 봐도 알 수 있거든? 응.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요원님 참 무서운 이놈 아저씨인 거. 집은 관념이야. 물질로서 존재한다면 염원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다 못해 텔 잡고 숙박하는 것도 집이라면 집일 테니까.
너에게 있어서 집이란. 고향 같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들고, 힘겨울 때 돌아갈 수 있는 곳이잖아.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너에게 고통이었을 테지. 심지어는 현무 1팀에서 함께였던 시간도. 너는 겁도 많고 자주 숨고 싶어 하는 여린 아이니까. 그리고 너무 착해서 정도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