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세광의 단독범행으로 국가는 몰아갔을까'
영화 암살자들이 던진 질문은 이렇게 정리하는 게 맞는 듯 하다.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박정희가 암살의 배후라는 식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안보았거나, 미안한 얘기지만, 약간 이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는 수많은 합리적 질문을 던진다.
'문세광이 쏜 네번 째 탄환에 육영수가 맞았다는데 대체 그 탄환은 어디로 갔나?'
'왜 발견되었다는 그 탄환에는 혈흔이 전혀 없거나 아에 혈흔 감식 결과조차 없는가?'
'왜 육영수 수술집도의사는 탄환이 몸속에서 발견됐는지 여부를 말 못하는가'
'왜 문세광은 사형 선고 며칠만에 사형당해야 했을까?'
'왜 문세광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사형당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걸까?'
'문세광은 어디서 어떻게 사격 연습을 했다는 걸까?'
'문세광은 애초 한국 정부가 요주 인물로 분류해 감시했는데 어떻게 태연히 입국했는가?'
'문세광이 묶은 호텔에서 함께 있었던 또다른 유창한 한국말 구사 남성은 누구인가? 왜 이자에 대한 조사결과 조차 없는가?'
'문세광은 묵비권을 행사했는데 왜 서둘러 수사본부는 조총련의 사주로 문세광이 단독 범행 했다고 발표했나?'
'문세광의 단독범행으로 서둘러 결론내려야만, 현장에서 공범을 놓쳤다는 비난을 중정 간부들이 피할 수 있으니까? 일본과의 정치적 마찰을 피할 수 있으니까?'
'정말 문세광 단독 범행이 맞는가?'
영화를 본 뒤 집에 가는 길에 내 머릿 속에는 이런 질문들이 머릿 속을 가득하게 덮였다.
집에 와서 실제로 당시의 사건 기록들을 살펴보는데 놀라울 정도로 영화는 이 합리적인 질문들을 과하지 않게 녹여내고 있었다. 이렇게 정확하면서도 영화의 재미를 놓치지 않게 시나리오를 써낸 작가가 대체 누구인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기자로서 '리스팩트'를 보낸다.
20년이 넘는 기간 국가기관이 개입된 수많은 조작의혹 사건들을 취재해왔는데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실이 어떤 식으로 결론내려져야만 하는, 그리고 그랬을 때 권력을 가진 자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수사결과는 급하게 발표되고 모든 다른 질문들은 음모론으로 매장당한다.
-원정화 간첩사건은 반드시 북한이 훈련시켜 내려보낸 간첩이어야 하고
-천안함 사건은 반드시 북한 어뢰 공격으로 벌어진 일이어야 하고
-세월호 침몰은 반드시 원인 불명의 사건이어야 하고
-서울시공무원간첩 조작사건은 절대로 국정원과 검찰이 개입했을리 없고
-이재명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은 반드시 미치광이의 단독 범행이어야 하고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의 증거조작 실행자인 조선족 김원하 씨는 감옥에 있을 때 내게 이렇게 말 했다.
"내가 증거를 조작해오면 국정원이 나를 한국 국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약속했었어요. 유우성이 간첩이 확실한데 증거가 없다 하니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과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제가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런 은밀한 제안을 국가가 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되고, 내가 이 사건 의혹을 처음 공개 제기했을 때 나는 당연히 음모론주의자 취급을 받고 한겨레 내부에서 온갖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아직도 나를 '또라이'라고 술자리에서 비아냥 대던 선배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기자에게 중요한 건 진실을 입증해가는 질문이다. 한겨레에서 외톨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 사건을 제대로 밝혀내겠다.' 물론, 영화 속 동성일보 기자들에게 좋은 사회부장(박해일)이 있었듯 내게도 그런 부장-고경태 기자-이 있었고 나는 보도를 계속 밀어부쳤다.
다시 육영수 피격 사건으로 돌아와서 질문 해보자.
'문세광에게 국가(강조하건대, 국가의 전부가 박정희는 아니다)가 이런 제안을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가?
김대중 납치 사건이라는 국제적 비판 여론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약간의 소동을 일으켜 대내외적 관심 정도만 돌리려 했는데, 그게 그만 육영수 피격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볼 여지는 없는가?'
최승호 선배가 암살자들에 대한 영화를 두고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기자에게 중요한 건 애국이나 예의 같은 게 아니다.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팩트를 입증해가는 것. 유족에게 상처가 될지라도, 국익에 좀 손해가 있더라도, 기자에게 그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기자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의혹에 대한입증을 요구받는 직업인이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영화 암살자들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예술의 문법으로 예술적인 성취를 다 하면, 그 뿐이다. 허진호 감독이 나같은 기자들만큼의 사회적 책임과 대답을 요구받는 건 좀 황당한 일이다.
무엇보다 영화 '암살자들'은 재미 있다. 그냥 보시라.
'왜 문세광의 단독범행으로 국가는 몰아갔을까'
영화 암살자들이 던진 질문은 이렇게 정리하는 게 맞는 듯 하다.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박정희가 암살의 배후라는 식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안보았거나, 미안한 얘기지만, 약간 이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는 수많은 합리적 질문을 던진다.
'문세광이 쏜 네번 째 탄환에 육영수가 맞았다는데 대체 그 탄환은 어디로 갔나?'
'왜 발견되었다는 그 탄환에는 혈흔이 전혀 없거나 아에 혈흔 감식 결과조차 없는가?'
'왜 육영수 수술집도의사는 탄환이 몸속에서 발견됐는지 여부를 말 못하는가'
'왜 문세광은 사형 선고 며칠만에 사형당해야 했을까?'
'왜 문세광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사형당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걸까?'
'문세광은 어디서 어떻게 사격 연습을 했다는 걸까?'
'문세광은 애초 한국 정부가 요주 인물로 분류해 감시했는데 어떻게 태연히 입국했는가?'
'문세광이 묶은 호텔에서 함께 있었던 또다른 유창한 한국말 구사 남성은 누구인가? 왜 이자에 대한 조사결과 조차 없는가?'
'문세광은 묵비권을 행사했는데 왜 서둘러 수사본부는 조총련의 사주로 문세광이 단독 범행 했다고 발표했나?'
'문세광의 단독범행으로 서둘러 결론내려야만, 현장에서 공범을 놓쳤다는 비난을 중정 간부들이 피할 수 있으니까? 일본과의 정치적 마찰을 피할 수 있으니까?'
'정말 문세광 단독 범행이 맞는가?'
영화를 본 뒤 집에 가는 길에 내 머릿 속에는 이런 질문들이 머릿 속을 가득하게 덮였다.
집에 와서 실제로 당시의 사건 기록들을 살펴보는데 놀라울 정도로 영화는 이 합리적인 질문들을 과하지 않게 녹여내고 있었다. 이렇게 정확하면서도 영화의 재미를 놓치지 않게 시나리오를 써낸 작가가 대체 누구인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기자로서 '리스팩트'를 보낸다.
20년이 넘는 기간 국가기관이 개입된 수많은 조작의혹 사건들을 취재해왔는데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실이 어떤 식으로 결론내려져야만 하는, 그리고 그랬을 때 권력을 가진 자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수사결과는 급하게 발표되고 모든 다른 질문들은 음모론으로 매장당한다.
-원정화 간첩사건은 반드시 북한이 훈련시켜 내려보낸 간첩이어야 하고
-천안함 사건은 반드시 북한 어뢰 공격으로 벌어진 일이어야 하고
-세월호 침몰은 반드시 원인 불명의 사건이어야 하고
-서울시공무원간첩 조작사건은 절대로 국정원과 검찰이 개입했을리 없고
-이재명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은 반드시 미치광이의 단독 범행이어야 하고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의 증거조작 실행자인 조선족 김원하 씨는 감옥에 있을 때 내게 이렇게 말 했다.
"내가 증거를 조작해오면 국정원이 나를 한국 국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약속했었어요. 유우성이 간첩이 확실한데 증거가 없다 하니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과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제가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런 은밀한 제안을 국가가 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되고, 내가 이 사건 의혹을 처음 공개 제기했을 때 나는 당연히 음모론주의자 취급을 받고 한겨레 내부에서 온갖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아직도 나를 '또라이'라고 술자리에서 비아냥 대던 선배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기자에게 중요한 건 진실을 입증해가는 질문이다. 한겨레에서 외톨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 사건을 제대로 밝혀내겠다.' 물론, 영화 속 동성일보 기자들에게 좋은 사회부장(박해일)이 있었듯 내게도 그런 부장-고경태 기자-이 있었고 나는 보도를 계속 밀어부쳤다.
다시 육영수 피격 사건으로 돌아와서 질문 해보자.
'문세광에게 국가(강조하건대, 국가의 전부가 박정희는 아니다)가 이런 제안을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가?
김대중 납치 사건이라는 국제적 비판 여론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약간의 소동을 일으켜 대내외적 관심 정도만 돌리려 했는데, 그게 그만 육영수 피격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볼 여지는 없는가?'
최승호 선배가 암살자들에 대한 영화를 두고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기자에게 중요한 건 애국이나 예의 같은 게 아니다.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팩트를 입증해가는 것. 유족에게 상처가 될지라도, 국익에 좀 손해가 있더라도, 기자에게 그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기자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의혹에 대한입증을 요구받는 직업인이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영화 암살자들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예술의 문법으로 예술적인 성취를 다 하면, 그 뿐이다. 허진호 감독이 나같은 기자들만큼의 사회적 책임과 대답을 요구받는 건 좀 황당한 일이다.
무엇보다 영화 '암살자들'은 재미 있다. 그냥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