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중에도 꼭 갚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마저 속이 쓰렸다. 뭐가 이렇게 궁지까지 몰아넣은 건지. 네 고개가 아래로 기울며 담요를 그러쥔 손이 풀리는 것을 보자마자, 깨지 않게 그 몸을 소파 위로 부드럽게 눕혔다. 주변을 막아둔 쿠션을 치우고 무겁게 쳐지는 머리 아래로 낮은 높이의 쿠션을 대주고서야 떨어졌다.*
미련하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헛웃음을 흘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꼼꼼하게 정리해 준 뒤에서야 미련하게 손을 떼어냈다.*
잘 자라.^^ oO(듣지 못하겠지만.)
유은재.
*네 어깨를 붙들어 세웠다. 본인은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금방이라도 기울어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여유를 가장한 웃는 얼굴에 금이 가고 서늘하게 굳었다.*
*이렇게까지 싫어할 줄은 몰랐는데.*
*다시 소파에 앉히는 손엔 이전보다 힘이 실렸다. 입을 열면 날 선 말이 나올 것 같아 꾹 다문 채 담요를 가져와 포박하듯 몸을 말아주고, 근처에 놓인 쿠션들도 그 주변에 채워 넣었다.*
시킬 일 있어. 아직 나 말도 안 꺼냈잖아.
*생각보다 더 거친 음성에 숨을 고르기 위해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쉬어. 내가 시킬 거. 그거야. 앞으로 여섯 시간.
*시간을 정해둔 것은 또 네가 부채감을 느낄까 봐서였다. 이 미련한 인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네가 뭘 해도 명분은 몇개라도 만들 수 있어. 그러니까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면 돼. 괜히 머리에 쓸데없는 생각 채우지 말고.
...^^
*인사도 없이 튀어나온 말을 듣고 짧은 웃음을 흘렸다. 아아. 그런 타입인가. 조급해 보이는 얼굴을 이리저리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팔을 당겨 안으로 이끌었다. 청소를 시키겠다는 장난기와 또 너무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상충하며 어설프게 널려있는 쿠션 따위만 눈에 들어왔다.*
인사부터 해야지. 영광스러운 방문인데.
*치우게 할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소파로 이끌어 앉혔다. 주방으로 가 미지근한 물을 따라두고 서랍 구석 어딘가 박아두었던 약들을 뒤적였다. 이건 유통기한이 지났고, 이건 근육통이고...손끝에 걸리는 박스들을 이리저리 헤집다가 기한이 아슬하게 남은 몸살 약 하나를 꺼내 함께 네게로 가져갔다.*
너 그렇게 해서 더 아프면. 그게 나한테 명분 주는 거라는 생각은 안 해?
*억지로 손에 컵과 약을 쥐여준 뒤에서야 몸을 물려 조금 떨어진 곳에 가만히 섰다.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내 눈에 담긴 것은 걱정이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뭘 기대한 건지. 이렇게 지친 몰골을 보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알려주지 말 걸.*
삼켜. 그리고 좀 쉬어. 야근 수당 쳐달라고 이 시간에 온 거면 그건 글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