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
엄마와 함께 온 꼬마가 전시중이던 조소 작품을 깼습니다. 꼬마와 어머니는 사색이 되었고 행사를 주관한 분과 갤러리도 몹시 당황했습니다. 작품가가 5백만원으로 책정돼 있었습니다. 파손된 작품의 작가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러자 작가는, 오히려 꼬마와 부모 걱정을 하며 작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미리 조치하지 못한 본인의 부주의를 먼저 탓했습니다. 보상과 변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아이가 받았을 충격을 더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말미엔 이렇게 썼습니다.
"... 이 작품은 많은 이상과 꿈을 가지고 생장하는 내용입니다.
때론 견디고 헤쳐 나가야 하는 씨앗입니다.
바로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작품 파손에 대해 이해를 시켜 주시되 혼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네, 맞습니다. 지금 혜화아트센터에서 전시되고 있는 <사람 사는 세상>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9인의 예술가들이 펼치는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모전입니다.
자신의 작품이 파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런 메시지를 보낸 작가는 우리에게 "평화의 소녀상"으로 잘 알려진 조각가 김운성 형입니다. 제가 대학 입학했을 때 예술대 학생회장이었습니다. 최루탄 냄새 풍기며 막걸리 자주 사주던, 잘 생기고 마음씨 좋은 조소과 형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일화를 접하면서 진심으로 코끝이 찡했습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마음이 그 어느 예술작품보다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는 그렇게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위해 싸웠고, 노무현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작품을 깬 꼬마를 먼저 걱정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요? 조각가 김운성 형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전시는 수요일(24일)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