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브의 결혼]
여느때처럼 주인님을 밑에서 바라보고 있는 때 였다. 내 뺨을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올 가을이 좋겠어. 이제 법적으로 소유할 때가 온거 같다."
그 말씀은 결혼을 준비하란 뜻이였다.
나는 주인님의 서브로 지내면서 감히 결혼을 꿈꾸는 것은 과분한 욕심이라고 여겼다.
아무리 주인님과 서브 관계라지만, 타인이 볼때는 동등한 부부 관계일테고 주인님의 아내 자리를 내가 차지 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기준에서 기울어도 한참 기우는 결혼일게 뻔하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여지껏 한번도 결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분이시다.
처음 디엣을 맺을 땐 내게 가정을 이루는 평범한 삶은 버리는게 좋을거라고 까지 얘기 하셨고 어느정도 독신의 삶을 바라보고 계심을 내비추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새 눈 떠보니,
내 앞에서 이젠 법적으로 소유해야겠다고 말씀하고 계셨고 며느리로서 탐탁치 않아 하는 부모님을 반은 무시한 채, 밀고 나가시더니 끝내 결혼을 허락하게 만드셨다.
" 복잡한거 질색이야.
최대한 빨리. 간단하게.
결정해서 계약서 갖고와. "
주인님은 웨딩홀 투어까지는 같이 동행해주셨으나 스드메 등의 문제는 웨딩플래너와 둘이 알아서 결정해오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플래너를 붙여주셨다.
플래너는 사전에 주인님과 얘기가 되었던지 예비 신부 혼자 상담와서 결정하는 게 참으로 의아할텐데도 전혀 그런 눈치 주는 법 없이 자연스럽고도 상냥하게 추천해주시고 결정을 같이 고민해주셨다.
부모의 빈자리가 있는 내게,
그 어떤 상처되는 순간이 오갈까 싶어 여러 가족행사로 어른들이 얼굴을 내비치길 원하는 자리를 만드실때 마다 주인님은 일정상의 이유를 대며 그것들을 다 커트 치셨다.
"주인님. 제 부모님의 문제로 일부러 행사 참여를 안하시는 건가요?"
"아니. 지아의 부모님 문제가 아니라 내 새끼인데 당신들 것 마냥 오라가라 하는게 싫어서 그런거야."
그렇게 주인님은 부모님이 뵙길 원하는 자리도 이렇게 저렇게 쳐내시고 결혼 준비하는 절차마저도 간소화 하셨으며 날짜 잡는 것 마저 최대한 빠르게 진행 하신다.
나는 나 혼자서라도 부모님을 한번이라도 찾아뵈며 정 붙이는게 맞다 싶은데 그마저도 주인님 허락 없이는 행동할 수 없는 처지다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 정 붙이는 건 시간이 차차 흐르면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거야. 마음 쓰지마. "
" 그렇지만.."
주인님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정색하셨다.
" 판단은 내가 해. 더 이상 토 달지마."
나는 그 말씀에 꼬리를 내릴수 밖에 없었다.
주인님은 평소 나를 이끄실 때 보다 훨씬 단호하고 독단적으로 지휘하시는데 나는 그 이면을 알것 같다.
내가 상처받을까봐 그러시는 거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이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마저 내게 상처 될까 오히려 권위를 내세우시곤 이견을 처단하신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동시에 마음 한켠은 복잡하고도 외로웠다.
가족과 가족간의 결합이라는 결혼은 특히 내게 더 어려운 숙제라고 생각되는데 주인님은 그 숙제를 내게 안겨줄 생각이 없으신가보다.
결혼을 준비하며 주인님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들이 참 많다. 그래서 주인님께 허락을 구하고 피드에 적어본다..
이제 5월이다.
봄의 끝자락이자 여름의 시작 한가운데에,
끝과 시작은 원래 요상한 법인지 하늘은 변화무쌍 했다.
그 아래 내가 선택한 또 다른 하늘이 있다.
내 전부인 주인님이다.
나를 예쁘게 빚어내시더니 이제는 영원한 구속을 행하겠다 하신다.
나는 다시 한번 깊은 맹세를 한다.
주인님을 영원히 섬기는 사랑스런 서브가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