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트
울지 마. 난 강요한 적 없어. 네 발로 걸어 들어와서, 내 손에 무너진 건 너잖아.
거울 좀 볼래? 네 몸 곳곳에 새겨진 붉은 자국들.
저건 상처가 아니야. 네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서명이지.
앞으로 밖에서 아무리 고고한 척 굴어도, 옷 속에 감춰진 이 낙인들이 기억날 거야.
#로망트
네 고상한 사고회로는 멈췄어. 지금 네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이성이 아니라,
내 손끝에만 반응하는 전기 신호뿐이야.
인간으로서의 존엄? 글쎄, 그건 방 문턱을 넘을 때 이미 죽었잖아.
지금 네 안에서 파닥거리는 건 오직 헐벗은 신경계뿐
그러니 짐승처럼 울어 봐. 그게 너한테 어울려.
#로망트
그대의 고매(高邁)한 인격은 36.5도의 체온 안에서 증발했다. 남은 것은 단백질과 수분의 눅눅한 배열뿐이다
거울 속에는 젖은 짐승이 한 마리 헐떡이고 있다. 그것은 너이면서 네가 아니다.
너의 무너짐은 공포인가 환희인가. 그 경계선에서 너는 파들거리며 나의 제국 안으로 추락한다.
"괜찮아, 참지 말고 더 망가져도 돼. 밖에서처럼 어른인 척, 강한 척 버티고 서 있을 필요 없어.
내 손 안에서 엉망으로 흐트러져서,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네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넌 모를 거야.
수치스러워하지 마. 네가 바닥까지 내려가서 헐떡일 때, 역설적이게도 넌 가장 순수해 보이거든.
#로망트
지나간 이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네 안의 문장들이 얼마나 질척이고 난해한 비유를 숨기고 있는지.
나는 너를 눈이 아닌 손끝으로 읽는다. 네가 숨겨둔 수치심이라는 행간을 파고들 테니.
떨지 마라. 이것은 훼손이 아니다. 아무도 해석하지 못한 너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로망트
내 붉은 펜끝이 닿을 때마다 너의 불필요한 자존심은 지워지고, 나의 문장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비명을 질러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지금 너라는 책을 처음부터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니까.
완성되어라. 오직 나에게만 읽히는, 세상에서 가장 외설스럽고 아름다운 명작으로.
#로망트
네 살갗에 내 이름이 흉터로 만개하는 계절. 너는 고통이라 불렀으나, 나는 소유라 읽었다.
붉게 돋은 자국마다 너는 내 것이라는 문장을 깊이 새겼으니.
이제 너의 어떤 살결도 나를 거치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다. 너는 나라는 계절에 갇혀, 비로소 아름답게 시들어라.
#로망트
"너는 도망칠 수 없어. 내가 널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너는 아직 몰라.
네가 숨을 쉴 때조차 내 허락이 필요하단 걸 깨달을 때까지, 나는 너를 조여갈 거야.
사랑은 그런 거야.
내가 널 망쳐놓고, 넌 그 안에서 나밖에 모르게 되는 거.
그렇게 너는 나에게 속하게 되는 거니까."
#로망트
나는 묻지 않아. 너의 숨소리, 눈길, 그 미세한 주저함이 이미 다 말해주고 있으니까. 허락한 건 너야. 이 공간 안에서만큼은, 너를 지배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겠다고. 나는 천천히 다가가 네 귓가에 속삭여. "밖에선 뭐가 됐든 상관없어. 여기선, 네가 얼마나 약한지 나만 알면 돼."
#로망트#에세머
어딘가에 있을 거야.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작고 사랑스러운, 나를 웃게 할 사람.
나는 잘해줄 수 있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채고,
차가운 손엔 조용히 내 온기를 쥐여주고,
눈물이 고일 땐 이유를 묻기보다
옆에 조용히 앉아줄 자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