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o1akuma ······. (손목을 놓고서도 시선이 오래 머문다. 허리부터 얼굴의 선까지 차분히 훑었다. 잠자코 셔츠 소매를 걷었다. 고기 구울 준비를 해야 한다.) 버번. (짤막하게 대답했다. 직원이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으나 내겐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불을···, 어떻게 켜는 거지?)
@siro1akuma (손아귀 안에 잡힌 손목이 일전보다 말랐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안쪽에 앉아 있는 국장님께는 남은 손을 대충 들어 간단히 인사하고 지나친다. 상사를 향한 미국식 인사에 일본 경찰 간부들은 꽤 경악하는 눈치였으나, 당장은 그것보다 신경쓰이는 사안이 있었다. 차분한 시선이 내려갔다.)
@siro1akuma 오늘은 더 이상 운전할 일 없을 것 같으니까···.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까워지면 입술을 다문다. 무르익은 분위기는 두꺼운 철문을 사이에 두고도 꽤 선명하게 전해진다. 소란은 질색이다. 늘 그랬듯.) 이쪽으로. (문이 열리면 네 손목을 잡아끌었다. 어둑한 식당 내부, 여러 테이블을 지나친다.)
@siro1akuma 글쎄. (왼손으로 ‘B1’버튼을 누르면 곧 문이 닫혔다. 짧은 정적 끝에 기계 소리가 나며 바닥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마실 거냐고. 전화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힐끔거리는 눈망울을 마주하는 대신, 층수를 나타내는 붉은 빛을 올려다본다.) 마시든 안 마시든 큰 차이가 없어서 말이야.
@siro1akuma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능구렁이처럼 받아쳤다. 그렇게 ‘어린애’에 관한 언급을 묵살한다. 한 손은 습관대로 바지에 찔러 넣고, 한 손으론 전화의 자판을 성의 없이···.) ······. (둘이서 마시자고? 뜻밖의 말엔 너를 흘긋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그럴 생각이었지만.) 우리 자린 룸으로 빼 뒀다.
@siro1akuma 허세가 아니길 바라지. (핸들을 감으면 타이어가 날카로운 소릴 냈다. 끼이익, 구석 자리에 깔끔하게 처박힌 차체의 침음이 단숨에 꺼진다.) ······. (도착과 동시에 진동하는 전화로 시선을 내렸다. 회식 참여 인원의 절반 이상이, 사족 보행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보고는 무시하기로 한다.) 내려.
@siro1akuma ‘스토커’라는 직함은···. (지하주차장의 차단기가 올라섰다.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동료에게 고개를 대충 까딱였다.) 나보다 자네에게 더 어울리지 않나? (새빨간 머스탱이 경사진 땅 아래로 미끄러지며 강렬한 색채를 잃는다. 어둠에 지워진다. 녹색 눈동자와, 웃는 듯 마는 듯한 입꼬리 또한.)
@siro1akuma 후루야 레이 경부보는 금일 사건 종결 시각 기준으로 72시간 연차 승인, 버번은 나흘 전 잠입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조직 내에서 떳떳하게 잠적 중···. (비밀 경찰의 스케줄을 내일 점심 메뉴라도 되는 양 평화롭게 읊으며 우회전 깜빡이를 켠다. 나른한 음성이 쐐기를 박았다.) 틀린 사항 있나?
@siro1akuma (우리의 공조 사실과 유독 다혈질인 잠입 수사관의 무방비가 노출될 일 없도록, 유사시 내 영역에 묶어둘 작정이었다. 네 의사와는 상관없이.) 고기는 잘 먹는 모양이군. (중얼였다.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것을 안겨줄 수 있을까. 무뚝뚝한 명령이 놓였다.) 가서 많이 먹어라. 그동안 못 먹은 만큼.
@siro1akuma 못 마신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좋아한다면 귀가시키는 대신 방을 잡아줄 생각이야.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조사라고 봐야겠지. (차분히 읊었다. FBI가 거점으로 삼은 호텔은 요원들의 회식 장소로 적합함과 더불어 술 취한 얼간이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보안 수준을 갖추었다.)
@siro1akuma 고기 좋아하나? (무심한 어투가 물었다. 시선은 착실히 경로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의 액정을 거쳐 다시 정면을 향했다. 네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쯤은 호흡의 깊이와 간격을 단서 삼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대화하기가 싫어 그렇게 눈을 감고 있어도 그다지 효과는 없다.) 술은.
@siro1akuma (다시 운전석에 올라탔을 때쯤엔 셔츠에 매캐함이 진득이 배었다. 네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 주었으므로 꽤 오래 참은 흡연의 욕구를 그렇게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잠이 좀 깨는군. 끊어진 전화를 기어 곁에 내려두고 시동을 걸면 점화하는 엔진 소리가 일대를 울린다. 날카로운 눈매가 네 쪽을 흘긋.)
@siro1akuma 조용히 먹기만 할 생각이다. 취한 놈들 주정 받아줄 여력은 없군. 상사 잔소리는 더더욱···.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나? (긴 몸뚱일 차체에 느슨히 기댄 채로 통화를 이어 갔다. 심통난 다람쥐가 팔짱까지 끼고서 열심히 보내는 무언의 암시는 깔끔하게 무시한다.) 그래, 이왕이면 룸으로···. 곧 가지.
@siro1akuma 두 자리만 따로 빼 주겠나? 늦게라도 가서 먹을 테니까······. 아니, 내가 배고파서 말이야. (어떻게든 잔뜩 먹여 동그랗게 만들겠다는 심지가 굳세다. 그러므로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지껄이던 차였다. 쫄래쫄래 따라 내린 너를 흘긋, 아직 불 붙이지 않은 연초를 입술에서 거두었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