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논고)의 맨마지막 장인 7장을 읽으면 왠지 조니 캐쉬의 "American IV:The Man Comes Around" 앨범 커버가 떠오른다.
한 사내가 긴 길을 걸어온 끝에,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경계 앞에 서있다. 사내는 숙연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는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은 "논고" 속 언어의 공간에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담담하게 밀고나간다. 언어와 세계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끝까지 알아가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벽이 나타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나에게 이 문장은 오랫동안 길을 걸어온 사람이 그 끝을 발견한 순간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장면이 커버 속 조니 캐쉬의 무거운 모습과 겹친다.
벽 앞의 비트겐슈타인은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말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봤을 뿐.
그 너머 앞에서 숙연히, 고개를 숙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