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쭈글쭈글해진 거 보고는 그냥 쭉 찢어서 버리려고 했는데
버릴거면 나 줘라, 하고 정재곤이 툭 빼앗으려고 몸싸움하고..
서로 밀치락달치락하니까 젖어서 식었던 몸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아까까진 분명 장난이었는데 상대방 눈동자에 열기가 들어차는 거 보면서 꿀꺽 침 삼켰겠지..
>20대초 도른 정신머리와 체력으로 하는 낭만있는 짓<
얘네 심지어 국가가 인정한 신체건강한 청년임
송하영 입장에서는 정재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낭만있는 도른짓이라
정재곤을 사랑하는 것에 더 거리낌이 없을지도
아니 그 송하영이 그런 짓을 한다고?
싶은 행동을 정재곤앞에선 거리낌없이 해..
어렸을 적 심리상담 받으면서 배웠던 그림솜씨 같은 거 크면서 별로 쓸 일 없어서 묵혀놨는데
비 때문에 젖은 옷 너머로 비치는 정재곤의 젊고 늘씬한 옆구리와 등에서 허리까지의 윤곽선 같은 거 보다가
잠깐만 가만 있어 봐, 하고는 늘 갖고다니는 경찰수첩에 볼펜으로 크로키했는데 자기도 젖어서
머리끝까지 열 오른 유지안 모멸감에 부들부들 떨면서 주먹질했는데 김준기 본인도 이렇게 충동적인 행동은 난생 처음이어서 얼빠져 있는 바람에 맞고 좀 꼴사납게 바닥에 나뒹군다.
그때 그렇게 시작하질 말았어야 했어, 하고 김준기는 아주 먼 훗날에도 이 순간을 꽤 후회하곤 했다.
길필로 보고싶은 80년대 학생회
총학생회장 김해일은 이미 수배중이라 숨어다니고 대신 부총학생회장 이도가 총학단을 이끌고 있다. 송하영은 학술위로 이쪽은 홀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운동권에 투신한 상태.
그리고 물정 모르는 정우주가 어쩌다 참여한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송하영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