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서평단#애프터리딩
『기기묘묘 부동산』
— 박혜연 / 다산북스
사실 제가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는데요.
유학(儒學)에서 말하는 천(天), 즉 하늘(신)은 인간의 사사로운 욕망이나 결핍에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이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웬걸, 『기기묘묘 부동산』의 신들은 왜 다 이 모양이죠?
저승을 다스리는 염라는 제 권력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요괴들의 왕 귀구는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인간 세상으로 홀연히 사라집니다. 심지어 귀구를 만들어낸 천신마저 무료함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물론 유학의 하늘과 민속신앙의 신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겠죠. 웹툰 『신과 함께』에도 형 대별왕을 속이고 이승을 차지한 소별왕이 등장합니다. 신이라고 반드시 완전한 선의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닌 모양이에요. 인간처럼 경쟁하고 속임수를 쓰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인간을 넘어선 힘과 수명을 가진 존재가 끝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니, 제법 재미있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렇게 권태를 피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귀구라는 양반,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무려 부동산🏠을 운영합니다. (그것도 인간의 몸을 중개하는)
━━━━ ✳︎
귀구는 단야라는 인간 여성의 몸을 차지해 인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처럼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하는 요괴들을 위해 '귀구부동산'을 운영하죠. 삶을 포기하려는 인간이 내놓은 몸을 요괴들에게 중개해 주는 곳이에요.
여기에 궁핍과 불운의 아이콘 연준이 부동산 크루에 합류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연준의 불운은 사실 그에게 달라붙은 잡귀들로부터 발생하는데요. 이 잡귀들이 단야에게는 맛있는 간식이나 다름없거든요. 단야는 연준에게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온갖 위험에서도 그를 지켜줍니다.
압도적으로 강한 여성 주인공과 그에게 보호받는 이른바 '에겐 초식 키링남'의 조합입니다. 하필 또 연준은 아이돌 뺨치게 잘생긴 설정이더라고요..? 🤭
━━━━ ✳︎
이 소설에서 특히 재미있는 건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요괴들의 모습인데요. 기껏 인간의 몸을 얻어놓고 금지된 사랑에 빠지거나, 도박과 질투, 온갖 유혹에 휘둘리며, 인간보다 더 인간스럽게 세속적 욕망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 무자비하고 오만한 요괴들의 왕에게서는 또 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납니다. 딱히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은 아닌데도 인간과 요괴 모두를 도우려 하고, 자신이 벌인 일을 수습하려 애쓰거든요. 누군가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며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나타나고요.
이쯤되면 제가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가져선 안 될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이나 시샘하고 속이는 일, 혹은 삿된 유혹에 빠지는 일처럼 사사롭고 아둔한 것. 신이 아니라 인간의 것 같고요.
다른 존재에게 연민을 가지고 시키지도 않은 선을 베푸느라 자신의 바운더리를 무너뜨리는 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맹목적인 선량함 역시 인간의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요괴들이 왜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어 했는지, 바라던 삶을 얻은 뒤에는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더 궁금했지만, 충분히 풀어보기에는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꽤 많았습니다. 메기와 인어, 여우요괴에 저승의 신들까지. 어느 인물에게 관심이 생길 만하면 또 다른 사연이 시작되더라고요.
그럴수록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단야와 연준이 조금 더 힘 있게 서사를 이끌어주길 바랐습니다. 단야가 왜 연준을 특별히 아끼는지, 평생 불운에 시달려온 연준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단야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연준은 주로 보호받는 역할에 그쳐요. 개인적으로는 한 인물의 이야기에 더 딥하게 머물러도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책을 다 읽었지만 왠지 이제야 인물 소개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만큼 한 권에 참 많은 존재와 사연이 등장한 소설이었어요.
📌 #인외 캐릭터나 에피소드 중심의 판타지를 즐기는 독자라면 이 다채로운 세계관이 반가울 것 같습니다. 특히 압도적으로 강한 여성 주인공과 무해 키링남의 조합을 좋아한다면 더더욱.
━━━━ ✳︎
ⓘ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기기묘묘부동산 #박혜연 #기기묘묘 #다산북스
#도서협찬#서평단#기기묘묘부동산
다산북스(@dasan_books)에서 『기기묘묘 부동산』 을 보내주셨어요.
민속풍 표지 일러스트와 부동산이라..
내가 아는 그 부동산 맞나? 이 기묘한 조합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가늠이 안 가는데요.
기대를 안고 읽어보겠습니다 🏠
☑️ 개인 사이트 — 가장 내 문체에 가까운 글을 쓰는 곳. 소셜 네트워크와의 접점이 거의 없어 좀 더 솔직하고 가감 없이 쓸 수 있다.
☑️ 𝕏 — 연령대도 관심사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친근하고 쉽게 읽히는 표현을 고민하게 됨. 후킹 능력 좋으신 분들 보고 자극받아요.
☑️ 온라인 서점 — 독자의 구매 결정과 가장 가까운 곳인 만큼, 평가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편. 너무 긴 리뷰는 광고성 글로 여겨져 스루되므로 핵심 위주로 간결하게 쓴다.
#도서협찬#서평단#애프터리딩
『기기묘묘 부동산』
— 박혜연 / 다산북스
사실 제가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는데요.
유학(儒學)에서 말하는 천(天), 즉 하늘(신)은 인간의 사사로운 욕망이나 결핍에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이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웬걸, 『기기묘묘 부동산』의 신들은 왜 다 이 모양이죠?
저승을 다스리는 염라는 제 권력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요괴들의 왕 귀구는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인간 세상으로 홀연히 사라집니다. 심지어 귀구를 만들어낸 천신마저 무료함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물론 유학의 하늘과 민속신앙의 신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겠죠. 웹툰 『신과 함께』에도 형 대별왕을 속이고 이승을 차지한 소별왕이 등장합니다. 신이라고 반드시 완전한 선의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닌 모양이에요. 인간처럼 경쟁하고 속임수를 쓰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인간을 넘어선 힘과 수명을 가진 존재가 끝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니, 제법 재미있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렇게 권태를 피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귀구라는 양반,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무려 부동산🏠을 운영합니다. (그것도 인간의 몸을 중개하는)
━━━━ ✳︎
귀구는 단야라는 인간 여성의 몸을 차지해 인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처럼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하는 요괴들을 위해 '귀구부동산'을 운영하죠. 삶을 포기하려는 인간이 내놓은 몸을 요괴들에게 중개해 주는 곳이에요.
여기에 궁핍과 불운의 아이콘 연준이 부동산 크루에 합류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연준의 불운은 사실 그에게 달라붙은 잡귀들로부터 발생하는데요. 이 잡귀들이 단야에게는 맛있는 간식이나 다름없거든요. 단야는 연준에게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온갖 위험에서도 그를 지켜줍니다.
압도적으로 강한 여성 주인공과 그에게 보호받는 이른바 '에겐 초식 키링남'의 조합입니다. 하필 또 연준은 아이돌 뺨치게 잘생긴 설정이더라고요..? 🤭
━━━━ ✳︎
이 소설에서 특히 재미있는 건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요괴들의 모습인데요. 기껏 인간의 몸을 얻어놓고 금지된 사랑에 빠지거나, 도박과 질투, 온갖 유혹에 휘둘리며, 인간보다 더 인간스럽게 세속적 욕망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 무자비하고 오만한 요괴들의 왕에게서는 또 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납니다. 딱히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은 아닌데도 인간과 요괴 모두를 도우려 하고, 자신이 벌인 일을 수습하려 애쓰거든요. 누군가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며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나타나고요.
이쯤되면 제가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가져선 안 될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이나 시샘하고 속이는 일, 혹은 삿된 유혹에 빠지는 일처럼 사사롭고 아둔한 것. 신이 아니라 인간의 것 같고요.
다른 존재에게 연민을 가지고 시키지도 않은 선을 베푸느라 자신의 바운더리를 무너뜨리는 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맹목적인 선량함 역시 인간의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요괴들이 왜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어 했는지, 바라던 삶을 얻은 뒤에는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더 궁금했지만, 충분히 풀어보기에는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꽤 많았습니다. 메기와 인어, 여우요괴에 저승의 신들까지. 어느 인물에게 관심이 생길 만하면 또 다른 사연이 시작되더라고요.
그럴수록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단야와 연준이 조금 더 힘 있게 서사를 이끌어주길 바랐습니다. 단야가 왜 연준을 특별히 아끼는지, 평생 불운에 시달려온 연준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단야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연준은 주로 보호받는 역할에 그쳐요. 개인적으로는 한 인물의 이야기에 더 딥하게 머물러도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책을 다 읽었지만 왠지 이제야 인물 소개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만큼 한 권에 참 많은 존재와 사연이 등장한 소설이었어요.
📌 #인외 캐릭터나 에피소드 중심의 판타지를 즐기는 독자라면 이 다채로운 세계관이 반가울 것 같습니다. 특히 압도적으로 강한 여성 주인공과 무해 키링남의 조합을 좋아한다면 더더욱.
━━━━ ✳︎
ⓘ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기기묘묘부동산 #박혜연 #기기묘묘 #다산북스
#도서협찬#서평단#기기묘묘부동산
다산북스(@dasan_books)에서 『기기묘묘 부동산』 을 보내주셨어요.
민속풍 표지 일러스트와 부동산이라..
내가 아는 그 부동산 맞나? 이 기묘한 조합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가늠이 안 가는데요.
기대를 안고 읽어보겠습니다 🏠
사회생활을 하며 확실히 알게 된 두 가지 사실.
첫 번째, 생활의 중심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업무 시간을 일주일의 가운데에 고정시키고, 남는 시간을 여러 일과에 분배하는 식으로 생활이 재편된다. 직장을 다닌다면 평균적으로 하루 여덟 시간, 준비와 이동 시간까지 합쳐 하루 대부분을 일에 쓰는 거나 마찬가지다.
삶의 구성단위는 시간이다. 시간을 쓴다는 건 나의 생명력을 쓴다는 말과 같다. 직업을 가지면 시간, 즉 생명의 사용처가 대부분 일이 된다는 거다. 그러니 일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내 삶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단 말과 같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실이다. 내 생명을 쓴다는데 일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두 번째, 업무 중 하는 생각의 형태는 대부분 ‘고민’이다. 일의 형태가 어떻든 일하는 행위는 고민의 연속이다. ‘어떻게 해결하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판매하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의 속성 자체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 당연한 거겠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한다는 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할 고민을 택하는 일이라고 봐도 되겠다.
- <꾸준함을 기르는 일> (수풀림 지음)
@myae_book03@yulliuiread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다양한 직장인이 등장해요. 상당히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책이라 추천드릴게요. (회사가기 싫어질 수 있음 주의;)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14개 직업에 대한 논픽션 앤솔러지인데 서로 다른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