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식 배우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팬분들이라면 당시 그가 얼마나 지쳐 보였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인터뷰에서조차 시차 적응이 안 돼서 바로 가서 잠을 자고 싶다고 말했을 만큼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였으니까요. 폭염 속에 옷을 여러 겹 입고 있어 무척 더워 보였고, 전체적인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에게 최대한 사인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일개 팬인 제게는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는 특정 팬이 지나쳐진 장면(Passing) 자체가 차별의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동선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행사 특성상, 현장에 모인 모든 팬의 요청을 완벽하게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제가 본 당시의 모습은 특정 사람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기보다, 혼잡한 상황 속에서 눈앞에 먼저 닿는 대로 사인 노트와 포스터를 받아 경황없이 사인해 주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특정 인종을 골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과 현장의 혼잡함 속에서 발생한 물리적인 누락이었을 뿐입니다. 만약 그 자리에 다른 인종의 팬이 서 있었다 하더라도 같은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자랐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얼마나 큰 사회적 문제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프랑스를 한두 번 방문한 것도 아니라 여러 차례 방문해 왔기에, 프랑스에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당연히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프랑스에 개인적인 여행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 공적인 일정 중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카메라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신의 커리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차별 행위를 의도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하나 묻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만약 주장하시는 논리대로 그가 정말 인종차별주의자라면, 카메라가 있는 자리뿐 아니라 없는 자리에서도 그동안 수많은 흑인 팬들과 거리낌 없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인을 해주었던 그 많은 장면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단 하나의 패싱 장면만으로 차별의 의도를 단정한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하는 과거의 다정한 소통 장면들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마땅합니다.
현장에서 서운함이나 소외감을 느꼈을 당사자의 감정 자체는 충분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서운함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흑인이라서 일부러 패싱했다'는 의도와 고의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시의 폭염과 시차로 인한 컨디션 저하, 그리고 모든 팬의 요청을 다 받아줄 수 없었던 현장의 물리적 한계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도 그 모든 맥락은 전부 잘려 나간 채, 단편적인 장면 하나만으로 사실이 왜곡되고 한 사람의 인격까지 단정하며 비난이 이어지는 현실이 팬으로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는 평소에도 걱정이 많고 신중한 성격이며, 댓글조차 쉽게 보지 못할 만큼 조심스러운 사람입니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일이 오해로 번지고, 많은 사람들이 전체 맥락보다 단편적인 장면만으로 그를 비난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부디 현장에서 상처를 받은 팬도, 의도하지 않은 오해 속에 놓인 최우식 배우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이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