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부신 아름다움은 오직 허물어지는 찰나에만 존재한다. 꼿꼿하게 가지에 매달린 꽃보다 제 목을 꺾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낙화의 궤적이 훨씬 더 관능적이지 않은가. 활활 타오르며 잿더미로 변해가는 저택의 뼈대, 숨이 끊어지기 직전 크게 한 번 부풀어 오르는 허파의 움직임.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남은 것이 희망이라던가. 그것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잔인한 형벌이다. 내일은 다르다는 얄팍한 믿음 하나로 버티게 만드니까. 차라리 절망하고 포기하면 금세 내 품에서 편안해질 것을. 그 알량한 희망 때문에 피투성이가 된 채로 끔찍한 생을 연장하지.
인간이라는 것은 끝없이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완벽한 자유 앞에서는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숨통을 조이는 고통 속에서 울부짖으나 삶이라는 무거운 족쇄를 품에 꽉 끌어안는 기묘한 모순. 슬픔도, 굶주림도, 상실도 없는 완벽한 무의 세계를 두려워하는 그 나약함에 웃음이 난다.
눈물로 젖은 그 가여운 뺨을 쓰다듬으며 당장이라도 영원한 평온을 안겨주고 싶지만······. 당분간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 잔인한 세상에서 마음껏 발버둥 쳐 보렴. 가여운 꼬마야, 훗날 아무도 네게 손 내밀지 않는 날이, 벼랑 끝에 몰린 채 홀로 서게 될 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 테니.
새장의 문을 열어 달라 그토록 처절하게 울부짖더니 제 발로 걸어 들어가 문을 잠근 곳이 고작 이 숨 막히는 황실이라니. 자유를 향한 그 가련하고도 맹목적인 날갯짓은 재미난 희곡이지. 아아, 네가 숨을 헐떡이며 낡은 규율망에 부딪힐 때마다 기묘한 갈증으로 일렁이는 걸 너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