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꾸역꾸역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소아과 의사들이 그렇다. 애가 아파서 동네 소아과 병원만 가 봐도 알 수 있다. 똑닥인지 틱톡인지 어플로 진료 시작 직전부터 요이 땅 환아를 받기 시작해서 현장 접수한 인원까지 더하면 암만 생각해도 점심밥 먹는 시간 외에는 종일 쉴 틈이 없다. 똥 눌 시간도 없을 것이다. 타 과에 비해 의료수가가 높은 편도 아니고, 병원 진료가 이러저러한 처치로 연계되는 일이 적어 수익성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과를 택한 건 아이들이 좋아서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내가 아니면 누가 해’라는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모든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들이 그렇듯이.
얼마 전 경찰이 아주대 소아응급의료센터를 압수 수색했다. 지난 7월에 발생한 사망 사건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응급의료센터장의 말에 따르면 당시 60여 분의 소생술 끝에 환아가 사망하고 보호자가 112에 신고한 직후 형사들과 과학수사대가 응급실에 찾아왔다고 한다. 사망한 아이가 응급실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응급 환자들의 진료가 중단된 채로 교수는 경찰과 면담을 해야 했다. 경찰이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을 보존하고 수사를 시작하는 게 경찰의 원칙이므로 그들 또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세심함이다. 태도의 세심함을 따지려는 건 아니고 매뉴얼의 세심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소아과 진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더군다나 분초를 다투는 소아응급실에서 수사 준칙이 곧이곧대로 적용된다면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 환아들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원칙으로부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특수 상황에 적합한 세부 원칙을 신설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목숨이 오가는 일이다. 그 정도는 하는 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