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있었던 일임. 착한 할아버지가 배 태워준다고 함
2007년 추석날 밤, 전라남도 보성
가족 여행 가던 부부가 남편이랑 길이 엇갈렸는데, 마침 선착장 근처에 20대 여자 둘이 있길래 폰 좀 빌림
연락 잘 됐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차 타고 떠났음
근데 얼마 안 가서 그 번호로 문자가 옴
저희 배에 탔다가 갇힌 것 같아요. 경찰 좀 불러주세요
경찰 출동해서 밤새 수색했는데, 다음 날 둘 중 한 명이 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됨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사고 같음
밤에 배 구경 갔다가 발 헛디뎠나 보다, 딱 이 정도
근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
불과 25일 전에 같은 보성 바다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음
8월 31일, 대학교 1학년 커플이 보성으로 여행을 왔음
CCTV에 둘이 바다랑 선착장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까지 찍혔음
그리고 여학생 폰으로 119에 전화가 걸려옴
근데 말이 없었음. 5초에서 6초쯤 소음이랑 알 수 없는 소리만 나다가 끊김
3일 뒤에 여학생이, 이틀 더 지나서 남학생이 바다에서 나왔음
그때도 사고로 묻힐 뻔했음
여름 바다, 커플, 밤. 그림이 너무 자연스러웠던 거임
근데 두 번째 사건 진술이 이상했음
폰 빌려줬던 부부의 여섯 살 딸이 그랬음
바다에서 조그만 사각형 선실 있는 배가 들어오는 걸 봤다고
아내도 뒤늦게 기억해 냄
그 여자애들이 이랬다는 거임
어떤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가 배 태워준다고 해서 만나러 간다고요
추석 당일 보성 지역 출항 기록을 싹 뒤졌음
정박 위치가 바뀐 1톤짜리 소형 어선 한 척이 걸렸음
배 안에서 피해자 머리카락 수십 가닥이랑 신용카드가 나왔음
배 주인은 그 동네에서 평생 고기 잡던 70대 어부 오 씨였음
근데 여기서 다들 막혔음
칠십 넘은 노인이 이십 대 남자를 어떻게 제압함
심지어 다른 사건은 상대가 둘임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투입돼서 현장을 봤는데, 거기서 답이 나왔음
무기가 흉기가 아니었음
배 그 자체였음
육지 사람은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배 위에서 중심을 못 잡음
난간 붙잡고 서 있는 게 전부임
근데 평생 그 바다에서 산 오 씨는 그 위를 그냥 걸어 다님
배에 올라탄 순간 이미 끝나 있었던 거임
수법은 이랬음
나란히 서서 바다 보던 커플 중에 남학생을 먼저 밀어버림
살겠다고 배로 다시 올라오려는 애를 갈고리 장대로 내리쳤음
그리고 여학생도 빠뜨렸음
두 번째도 똑같았음. 빠뜨리고, 올라오려 하면 장대로 찌름
동기는 성추행이었음
그 목적으로 태웠는데 거부하니까 그렇게 한 거임
조사 내내 죄책감 같은 건 전혀 안 보였다고 함
근데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음.
자백은 받았는데 첫 번째 사건 물증이 하나도 없었음.
법정에서 말 뒤집으면 커플 사건은 그냥 날아가는 상황이었음.
그래서 119 녹음 파일을 다시 들었음.
말소리 말고 뒤에 깔린 소음에 집중했는데, 그게 배 엔진 소리라는 걸 잡아낸 거임.
그다음이 진짜임.
보성 근처 배들 엔진 소리를 전부 녹음해서 하나하나 대조했음
오 씨 배 엔진 소리가 90퍼센트 넘게 일치했음
근데 더 소름 돋는 건 따로 있었음
사건이랑 아무 상관 없이 근처에서 바지락 캐던 쌍끌이 어선이 그물을 올렸는데, 디지털카메라가 하나 딸려 올라옴
첫 번째 사건 여학생 카메라
메모리 복원했더니 사진이 나왔음
여행 와서 웃으면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그 뒤에, 다가오는 배 한 척
마지막엔 오 씨 뒷모습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음
죽기 직전까지 그냥 여행 사진 찍고 있었던 거임
자기 쪽으로 오는 게 뭔지도 모르고
1심에서 사형이 나왔음
항소하면서 심신미약 주장했는데 안 먹혔고 사형 확정
지금 국내 최고령 사형수로 수감 중임
근데 그게 끝임
사형은 확정됐는데 집행은 안 됨
그 사람은 지금도 밥 먹고 잠자고 나이 먹고 있음
스무 살 애들이었음
바다 보러 갔던 거고, 사진 찍고 웃던 거고, 배 태워준다니까 고맙다고 따라간 거임
잘못한 게 있다면 노인이 웃으면서 손 내밀었을 때 의심을 안 한 것뿐임
그 착한 얼굴 하나 믿었다가, 다들 바다에서 돌아오질 못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