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의 원어는 보태니컬 일러스트레이션botanical illustration, 해석하면 식물학 그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식물 세밀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보태니컬 일러스트 용어에 ‘세밀’이라는 의미를 포함시킨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 이소영, 『식물을 연구하는 태도』(가지) 28쪽
타자를 전제하는 활동인 대화는 ‘행위’에 속한다. 인간과 사물 사이의 관계인 작업과 달리, 행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활동이다. 그런데 행위에는 불안이 따른다. 나와 다른 욕구와 관심을 가진 타인들이 내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아서 행위의 결과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은 이렇게 어디서 왔는지 불분명한 타인의 문장들로 가득하다. 가끔은 내가 이름 없는 낡은 성당의 모자이크 벽화 속 인물같이 느껴진다. 출처를 쉽게 잊는 것은 나를 이루고 있는 조각들이 어디서 왔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진은영,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마음산책)
2017년 4월 국방부는 ‘알고리즘 전쟁 교차 기능 팀’(코드명 ‘메이븐 계획’)을 선언하는 메모를 공개했다. …… 메이븐 계획의 목표는 최상의 알고리즘 시스템을 신속하게(심지어 80퍼센트밖에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전장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 케이트 크로퍼드, 『AI 지도책』(소소의책, 2022)
“자와 섬과 수마트라 섬 주민들은 잔인하기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살인을 장난으로 여기며 사람을 죽여도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 새로 산 칼을 시험해보고 싶으면 처음 마주치는 사람의 가슴을 찌른다.”
―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말레이 제도』(지오북, 2017) 730쪽.
우르비노 궁정인들은 라파엘로 그림의 모작을 감상하지 않았다. 라파엘로와 함께 거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대의 부호들은 재클린 부비에 케네디 오나시스와 헨리 키신저의 근황을 《뉴스위크》에서 읽지 않았다. 그들은 이들과 함께 여행하고 파티를 즐겼다.
― 『대중문화 5000년의 역사』 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