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이는 걸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누워있는 나의 손발을 동시에 묶어서 결박하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보는 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묶고있는 표정을 보는 순간이 묘했다. 묶고 난 후에 무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 순간만은 또렷한 걸 보면 말이다.
과거의 그가 생각나는 이유는 그가 내 버팀목이 되어줬다거나 그 사람과의 추억이 많아서는 아니다. 힘들 때 생각나는 이유는 그가 나의 버팀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서. 그 사람의 실체를 모르는데 난 환상을 상상한다. 충족되지 않은 의존적 욕구를 채우고 싶은 대상이 그이길 바랐던 것 같다.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 여자를 만나서 잠자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내세우는 것이 과연 내게 매력적으로 보일까? 이곳 저곳 배설할 수 있다는 능력 따위보다는 절제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타 동물과 지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야 그게 탑으로서의, 아니 인간으로서의 자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