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 마당냥이가 아프단다. 본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아버지 눈치 보느냐 동물병원에 갈 수 없는 엄마는 동물약국을 전전한다. 하지만 시골이라 증상에 맞는 약을 구할 수가 없고 소화제를 사서 먹이셨단다. "이래서 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엄마의 목소리가 슬프다. 약을 사서 보내야겠다.
서울에 있었더라면 나갈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 간다는 지인 때문에 따라 나서긴 했을 거 같은데 본가에 가는 바람에 고민 자체를 하지 하지 않았다. 대신 거의 뉴스를 틀어놓고 사는 부모님 때문에 정치 얘기를 많이 할 수 밖에 없긴 했는데... 부모님과 같은 정치색이라는 게 이렇게 감사할 수가.
다른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조현병 추정 인물에 대해 말을 했나보다. 집주인으로부터 불편함을 겪었냐며 확인하는 연락이 왔다. 솔직히 상세히 다 얘기하고 나니 보복? 해코지 같은 게 무서워진다. 어차피 계약 기간이 있는 이상 조현병 환자를 강제 퇴거할 수는 없단다. 어찌될런지.
거주 건물에 조현병으로 추정되는 분이 이사를 오셨나보다. 새벽 6시 문 앞에서 10분이 넘게 욕설이 섞인 혼잣말이 계속 되는 걸 들었다. 생각보다 큰 공포였고 다행히 그 뒤로는 잠잠했는데... 새벽 1시 또 시작되었구나. 이전과는 다르게 짧게 지나가는 소음이긴 한데 노이로제 걸릴 듯.
희한하지. 어렸을 때 엄마는 왜 본인 밥을 가장 마지막에 푸는지 궁금했다. 성인이 된 후 왜 결혼식 사회는 신랑의 남자친구들이 보는지 궁금했다. (물론 직업 사회자도 있지만) 최근 야구를 보기 시작했는데 왜 여성 캐스터는 없을까.... 내 궁금증은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구나.
빕스 샐러드바 서버로 알바했을 때, 5살 남짓 아이와 부딪혀 음식을 쏟았다.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컴플레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님도 회사도 나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생각한 순간이었다.
우리 엄마는 어떤 식당을 가던 어떤 음식을 시켜먹던 중국산 고춧가루의 맛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신다. 엄마가 중국산 고춧가루 맛이 난다는 모 대기업의 김치 만두를 6알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으며... 엄마, 도대체 그게 무슨 맛이에요? 왜 전 모르죠?
엄마가 참 신기했다.
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부모님이 사시는 동네에 치매 환자 분의 실종 소동이 있었단다. 5시간 가량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그 분은 경찰이 드론을 띄우기 직전 발견되셨단다. 엄마가 그러시더라. 엄마 아빠가 정신이 온전할 때 성공한 모습 좀 보여주면 안 되겠니. 나 왜 슬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