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못먹는 날이 있었다.
딱 세 숟가락 먹은 밥공기를 설거지하다 놓혔는데 깨져버렸다.
출장길에 사왔는데 아깝기보다 무언가 불길하고 속상해서 잠깐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는 ‘밀하야 화났어?! 미안해..’ 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냥 꼭 안고서 그냥 아니라고 말할 걸 후회한다.
그렇게 깨진 사발을 킨츠기하기로 했다.
맡기면서 이런저런 말을 하다 둘 다 울음바다가 되었는데, 작가님의 위로에 산산조각 난 내 마음도 한 조각 한 조각 수선되는 것 같��� 한결 후련하고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겠지.
상처도 좋은 기억으로 메울 수 있겠지.
81일이 지나가고 있다.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
아주 가끔, 현관문에 달아놓은 풍경이 아무 이유 없이 울릴 때가 있다.
문을 연 이 없고 바람도 없지만,
희미하게 울리는 풍경 소리에 고��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본다.
울지 않으려 애써 미소를 지어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달이 지났다.
거의 넉 달 만에 얼굴을 다 가릴 만큼 자란 머리카락을 잘랐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상투를 틀 듯 묶고 있던..
바버샵 주인이 말하기를, 몸무게를 재면 500g은 줄었을 것이라 한다.
같이 지내는 동안 내 머리는 형의 솜씨였는데 이제 드라이도 머리 손질도 스스로 해야 한다.
아파서 병원 근무가 힘들어지고 힘겨운 재활 끝에 요리를 업으로 삼은 형이 10년 넘게 쓴 레시피북을 태웠다.
꾹꾹 눌러쓴 레시피와 엉망진창 그려진 동그란 접시 위의 플레이팅 계획, 잡지에서 찢어 모은 레시피들..
수년간의 그 노력을 알았더라면 ‘넌 요리에 재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오늘은 빈 술병을 버리고 신발장을 정리했다.
낡은 신발들을 보고 또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둘이 같이 운동하자고 새로 산 운동화는 아끼고 아끼다 마지막에 병원 갈 때 딱 한 번 신었다.
같이 산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걷고 걷다가 광화문에서 작은 액자 두개를 샀다.
진짜 너무.. 덥다.
밤새 고른 사진을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방에 올려둘 예정이다.
좋아하던 향도 피우고 산책길에 채집한 꽃이나 잎사귀를 올려두려고..
예쁜 걸 좋아하던 사람이니까.
뭘 하고 뭘 했는지 뭘 먹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혼자 서 떠들어 보려고..
밖으로 나가 뭐라도 먹고 잠도 자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