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축구 격차가 너무 심해진 이유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일본, 탈락 위기에 몰려 다른 조 결과만 목 빠지게 바라보는 한국.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양국의 명암은 잔인할 만큼 선명함. 근데 이걸 홍명보 한 사람의 무능으로 환원하면 본질을 놓침. 격차의 원인은 시스템에 있음.
유럽 주요 8개 리그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62명, 한국은 13명. 5배 차이임. 프리미어리그는 일본 4명 대 한국 1명(황희찬), 분데스리가는 일본 15명 대 한국 4명. 벨기에 리그엔 일본 선수만 19명임. 세계 최고 무대에서 부대끼며 쌓은 경험의 총량이 애초에 다른 것임.
이 격차는 20년 전략의 산물임. 일본축구협회는 2005년에 이미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박았음. 세계 경쟁력은 유럽 진출에서 나온다는 공감대를 협회·구단·선수가 공유했음.
J리그 구단은 거액 이적료를 양보하며 선수의 유럽행을 밀어줬고, 선수는 고액 연봉에 집착하지 않고 일단 도전장을 던졌음. 팀도 개인도 눈앞의 돈을 포기하고 미래에 베팅한 것.
이제는 지도자까지 손을 뻗음. 지난달 일본 주도로 AFC와 UEFA가 지도자 자격증 상호 인정 협약을 맺음. 일본 감독들이 유럽에서 자유롭게 일하며 선진 축구를 배우는 길이 열린 것임. 감독 개인의 인맥에 기대 단기 연수나 다녀오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름.
한국은 손흥민이라는 세계적 자원을 가졌지만 그건 개인의 성취였음. 일본은 슈퍼스타 없이도 시스템으로 톱클래스를 양산하는 단계에 진입했음.
소수의 천재에 기대는 나라와, 천재가 없어도 굴러가는 나라. 격차는 거기서 갈림.
감독만 바꾼다고 풀릴 문제가 아님. 20년 전 일본이 그린 설계도를, 한국은 이제라도 그려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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