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때를 놓쳐서 새로 생긴 빵집에 들렀다. 빵집은 후미진 골목에 있었다. 잠깐 구급차를 세워 놔도 덜 눈치가 보이겠구나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니 젊은 사장님이 유난스럽게 우릴 맞았다. 너어무 고생이 많아요. 나도 어렸을 때 소방관이 꿈이었어요, 몸이 아파서 이루진 못했지만. 우리집은 크로아상이랑 소금빵이 맛있어요. 덥다. 그쵸? 커피? 주문도 않았는데 기어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구급대원 각자의 손에 쥐어주셨다. 배고파서 빵 먹으러 왔을 뿐인데 과한 대접을 받는다 싶었다. 슬슬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손님들의 눈치도 보였다. 추천하시는 빵 몇 개를 골라서 얼른 가게를 빠져나왔다. 벌써 가요? 좀 쉬었다 가지. 세상 아쉬워하는 사장님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이후로 소방서엔 주기적으로 빵이 배달되었다. 사장님이 늘 ‘백경씨 앞으로’ 빵을 보내셨기 때문에 내게 빵집 사장님과 의형제라도 맺은 게 아니냐고 묻는 동료들도 있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음이지만 굳이 계산을 하자면 한 번에 최소 십만 원어치 이상의 빵을 정성스레 포장해서 보내주셨다. 그때 나는 소방서에 빵 퍼주다 빵집이 망했다는 소문이 돌까 진심으로 염려했다.
2025년 현재 가게는 네 곳으로 늘어났다. 빵이 지나치게 맛있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아니, 회장님은 요즘도 오븐에서 갓 꺼낸 당신의 진심을 소방서로 보내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