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은 앙다문 입술에서 온다. 아무도 몰래 짓씹은 얇은 살에서 온다. 억누른 비린내에서 온다. 일언의 변명 없이 홀연 돌아선 인영에서 온다. 긴장으로 경련하는 근육에서 온다. 꾸벅 숙인 정수리에서 온다. 한 발의 뒷걸음에서 온다. 어리석은 나의 독단이 그르쳤고 당신은 기꺼이 나를 가르쳤다.
무서워도 이 악물고. 시선 뻗는 것 망설이지 말고. 그냥 살아지는 건 없어. 다들 손톱으로 제 손바닥 찍어 가면서 버티는 거야. 명치께 묵직해졌을 때쯤 치욕인지 치유인지 모를 무언가가 불쑥 손을 내밀었는데, 끝내 분간해 내지는 못했으나 그날 이후 어째서인지 하늘을 자주 올려다볼 수 있게 됐다.
띄어쓰기에 유의하세요. 다 망한 게 아니라 다망했을 뿐이야. 라이터를 깜빡하는 바람에 식후땡 못 했어. 한 대 덜 태웠으니 잘된 일이지. 재관이랑 나란히 퇴근했고, 퇴근길에는, 종종 마주치는 강아지가 날 보며 짖지 않았어. 행인만 보면 화내는 앤데. 야구 켜니까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네.
나는 죽여도 안 죽지. 무슨 대답이 그래? 사람이 걱정을 하는데. 괜찮아. 건성으로 답했다. 실실 웃으며 껄렁거렸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잃은 날, 어떤 고비를 넘긴 날. 어두컴컴한 골목 끝에 서서 기다렸다. 보고 싶던 얼굴이 코너를 돌아 드러나고, 시선이 부딪고, 네가 웃으면 나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