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철학적 동료들과 뻘잡담을 나누다 오컴의 면도날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반실재론적 성향이 확고한 사람들이라서, 면도날이라는 표현이 너무 약하다는게 문제의 요지였다
그래서 결국 하다하다 나온게 21세기 반실재론자들을 위해서 이제 오컴은 면도날이 아니라 전기톱을 들어야한다는 것…
부모님은 있으며 실존하지만, 저 캐릭터도 있긴 하지만 어쩌면 실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아이들의 직감적 추론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실존과 있음을 구분하는가?
그것은 직접지일 수도 있고, (더 성숙하다면) 합리적 사고에 의한 추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만화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고 어른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저 캐릭터가 근데 진짜 있는거지?“
(이를테면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있는지 묻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이는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자연스러운 인간 성향의 단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그 캐릭터에 대한 존재 의심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 조차도 존재에 대한 단순 사고를 하지 않는 반증이다.
즉, 아이들도 실존(existence)과 있음(being)을 직감적으로 구분하는 듯하다.
친구, 부모님의 존재는 의심하지 않으면서, 캐릭터의 존재는 의심한다.
“실제-진짜(real)라는 말은 대조를 요구한다.“(Austin 1962)
우리가 무엇이 ‘진짜’라고 말할 때는, 그것이 ‘진짜’가 아닐 수 있는 방식(way)와의 암묵적인 대조가 필요하다.
만약 [진짜인 척하는 것](즉, 가짜인 것)이 [진짜인 것]과 대조했을 때 차이가 없다면, 우리는 둘 다 진짜로 승인해야 한다
가령, 누군가가 [결혼한 척]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자는 실제 [결혼한 것]과의 대조를 모두 통과한다. 혼인 신고를 했고 결혼식을 했으며 주변 지인들이 결혼했다고 인지하고 등등.
그렇다면 그 자는 [결혼한 척]을 하지만 [결혼한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결혼은 척하기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