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왕복 4시간씩 전철로 출퇴근하는 내게, 긴 통근시간보다 더 힘든 건 전철 안내방송이다. 비상시 대피요령, 온갖 광고, 공익캠페인, 출입문 개폐 안내, 발빠짐 주의, 여기에 요즘은 코로나 주의사항까지...게다가 영어와 일어, 중국어 안내까지...타고 있는 내내 쉴틈없는 소음공해가 계속된다.
언뜻 "요즘 누가 철없이 소설 따위나 읽겠어"라는 말이 들린다. 나도 모르게, 읽고 있던 소설책을 천천히 덮었다. 내 책장의 90%는 아마도 소설이나 역사책...갑자기 철없이 나이만 먹은 반편이라도 된 기분이 든다. 20대들도 주식이다 부동산이다 난리라는데, 진짜 물정을 모르는 건가 싶기도 하다
딸아이 절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벌벌 떨며 우는 딸아이 달래면서, 나도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 이제 갓 스무 살 넘긴 소녀가 세상을 떠나다니...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하고 싶은 것도 못한 채 입시에만 시달리다 세상 떠난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럽다. 부디 좋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기를...
하루종일 대화 한마디 없이 살 수 있고, SNS로 친구쯤 얼마든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이다. 생면부지인 누군가의 추천 맛집 앞에 기꺼이 줄을 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작 가까이 있는 사람끼리는 여전히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루트는 쉽게 바뀌어도, 그 위를 달리는 인간이 바뀌긴 참 힘든 모양이다.
몇년 전 '제로백'이라는 국적불명의 말이 뜬금없이 등장하더니 결국 일반용어가 되어버렸다. 말이 안되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했던 몇몇 사람들의 지적은 공허해지고 말았다. 국어를 쓰든 한자를 쓰든 영어를 쓰든 일본어를 쓰든 자유다. 다만, 해괴한 합성만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주말 내내 꼼짝않고 쉬었는데도 개운치 않다. 꼭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지 싶다. 앞으로 길어봐야 얼마나 더 하겠냐만, 요즘 들어 뭘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등 떠밀릴 때까지 까치발로 버티는 게 옳은 걸지, 제발로 나가서 훗날을 도모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우선은, 패기부터 회복해야겠다.
대기업, 검찰 죽일 듯 달려들면서도 대기업 직원들이나 법조인들, 고학력층 많이 사는 아파트는 하이레벨로 분류되며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강남 아파트가 폭발 지경에 이르자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 마주보는 동네 아파트 값이 솟구친다. 신분상승 욕망은, 이제 한국인의 DNA로 굳어진 것 같다.
무덤덤하게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의사선생은, 혈압이 왜 또 올라갔냐며 원망 섞인 한숨을 쉬었다. 석 달 전 정성껏 내렸던 처방이 도로아미타불이 된 셈이니 그분의 기분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몸을 두고 다른 이가 내쉬는 한숨을 듣고 있자니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이 들었다.
운전이 뭔지, 운전예절이 있기나 한지 전혀 모르는 채 운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운전할 때의 스트레스가 점점 커진다. 간혹 심할 땐, 심장이 멎을 듯 가슴이 뻐근해지기까지 한다. 자율주행은 여전히 달갑지 않지만, 그런 시대가 오면 적어도 이런 류의 스트레스는 덜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