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살아갈 수 있다는 넓은 세상에 이제 나는 없다 비 그쳐 바람 불면 땅 위로 햇살도 내리쬔다 사방에 버려진 우산들 흙탕물 뒤집어쓴 운동화 손에 닿던 까진 살갗들 뒤늦게 나를 묻는 너도 이제는 내 관여할 바가 못 된다 나 이제 없어도 이름만은 불멸하는 이유 네가 계속해 나를 찾아대서
문제 위로 볼펜 자국 내며 너 싫다던 목소리 찢어발기는 일 그만하자 탐닉하는 습성 가히 엽기적인 탓에 콱 닫았던 아가리서 토사물 같은 말 질질 흐르는데 이식증 걸린 개새끼 다리 옆 떨어질 생각 않으니 비위 상해 어디 앞에 뱉어 놓지도 못 하겠다 입질 말고 엎드려 목줄 당겨 줄 테니 기다리라고
누워 있던 네 친구 창 너머 지켜보고 기다리더라고 전해 들었던 것 그 광경 한번은 나로 치환하여 상상도 해 봤다 분수가 지나쳐 그랬다고 빗물에 온몸 적시면서도 스스로 일어나는 법 몰라 한참 누워만 있었네 다시는 잡을 손 없겠다며 속으로 웃었을 때 어떤 표정 지었는지 어느 누가 궁금하다 할까
정상 범위로 돌아갈 수나 있을까 내 인생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바닥을 치고 있었고 유일하게 평범함 누릴 수 있었던 그 짧았던 여름은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다리에 이곳저곳 박혀있는데 내가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결국 그거였나 시은아 안 되는 거 그만 붙잡고 이제 새 여름 맞이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