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있을 때 유독 돈을 안 쓰는 후임이 한 명 있었음.
PX 가자고 해도
“전 괜찮습니다.”
외박 나가서 뭐 먹자고 해도
“저 배 안 고픕니다.”
맨날 이랬음.
처음에는 그냥 돈 엄청 아끼는 애인 줄 알았음.
근데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됨.
아버지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식당일 하면서 키웠다고 함.
후임이 군대 들어오고 나서는
월급도 거의 안 쓰고 그대로 어머니한테 보내고 있었음.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말함.
“저는 여기 있으면 밥도 나오고 잘 데도 있잖습니까.”
“엄마가 저보다 돈이 더 필요해요.”
그 말 듣는데 괜히 할 말이 없어짐.
그 뒤로 보니까 더 보였음.
휴가 나가도 친구 만나러 안 가고 바로 집으로 감.
복귀할 때는 어머니가 싸준 간식 조금씩 가져오는데
정작 본인은 거의 안 먹고 생활관 애들한테 나눠줌.
그러던 어느 날이었음.
후임이 갑자기 행정반으로 불려감.
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머니가 일하다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거임.
검사하고 나니까
빨리 수���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함.
후임은 바로 청원휴가 준비를 했는데
그날 밤 생활관에서 혼자 휴대폰만 계속 보고 있었음.
평소 같으면 괜찮다고 웃던 애인데
그날은 얼굴이 완전히 굳어 있었음.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만 반복함.
근데 결국 한 선임이 알게 됨.
수술비 때문이었음.
어머니가 일을 쉬면 당장 생활비도 끊기는데
수술비까지 한꺼번에 들어가니까
후임이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혼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었던 거임.
그런데 그 애 성격상
누구한테 돈 빌려달라는 말을 절대 못 했음.
오히려
“제가 모아놓은 거랑 다음 월급까지 합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이러고 있었음.
그날 후임이 잠든 뒤에
생활관 선임들끼리 조용히 얘기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조금씩 모���자.”
라는 말이 나옴.
군인 월급이 많았던 것도 아님.
누군가는 PX 갈 돈 아끼고
누군가는 휴가 때 쓰려고 모아둔 돈 꺼���고
진짜 각자 낼 수 있는 만큼만 냈음.
그렇게 선임들이 돈을 모아서
부족했던 수술비를 먼저 납부함.
근데 후임한테는 아무도 말 안 했음.
다음 날 후임이 급하게 병원에 갔는데
원무과에서
“수술비는 이미 납부됐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함.
후임이
“네? 누가요?”
라고 몇 번이나 물었는데
나중에야 부대 사람들이 했다는 걸 알게 됨.
그날 저녁 선임한테 전화가 왔는데
말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함.
계속 울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주셨습니까…”
이 말만 반복했다고.
선임이 그냥 한마디 함.
“너 맨날 월급 엄마한테 보내잖아.”
“이번 달만은 우리가 엄마 좀 챙기면 안 되냐?”
전화기 너머로 한동안 아무 말도 안 들렸다고 함.
다행히 어머니 수술은 잘 끝났고
후임도 며칠 뒤 부대로 복귀함.
복귀하는 날 생활�� 문 열고 들어오더니
선임들 앞에서 갑자기 허리 숙여 인사함.
다들 민망해서
“야 됐어, 하지 마.”
하는데
그 후임이 울면서 말함.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그러니까 한 선임이 웃으면서
“우리한테 갚지 마.”
“나중에 너도 누가 힘들어하면 그때 해줘.”
라고 함.
시간 지나서 다들 전역했고
몇 년 뒤 그 후임한테 연락이 왔음.
취업했다고 함.
첫 월급 받고
어머니한테 제대로 된 가방 하나 사드렸다고 사진을 보내줌.
그리고 마지막에 한 줄 적어놨음.
“형, 그때 받은 거 아직도 안 잊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꼭 다른 사람한테 갚겠습니다.”
군대에서는 그렇게 돈 한 푼 아끼던 애였는데
힘들 때 결국 그 애를 살린 건
혼자 모아둔 돈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의 마음이었음.
가끔은 내가 누군가에게 준 작은 도움이
그 사람한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