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내릴 자리를 고르지 않습니다. 어디에나 같은 무게로 내려앉고, 시린 계절을 묵묵히 견딥니다. 그러다 봄이 오면 단단했던 눈은 맑은 눈물이 되어 가장 낮은 곳부터 천천히 스며들어 꽃을 피워냅니다. 조용하고 끈질긴 시간을 다 지나고서야 겨우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느덧 산타가 출시된 지 300일이 되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그리고 다시 계절이 바뀌는 동안 저도 모르게 한편에 무언가가 쌓여 있었습니다. 받은 다정함과 느낄 수 있었던 온기,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떤 마음은 간직하는 것만으로는 다 전해지지 않고 나누었을 때라야 비로소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받은 마음을 다시 나누고자, 가장 필요한 곳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에 처음부터 이유나 목적이 없었듯, 모든 마음에 꼭 정해진 자리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닐 겁니다. 수취인 없는 편지처럼, 이 마음이 필요한 곳을 찾아 조용히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눈이 낮은 곳부터 천천히 스며들듯, 이 마음도 가장 낮은 곳까지 닿기를. 눈 녹은 자리에 어김없이 봄이 오듯, 이 작은 보탬이 누군가의 언 땅을 녹이고 오래 묻혀 있던 무언가를 다시 피워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