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에 따르면 내 주변의 10명 중 2명은 날 좋아하고 1명은 날 싫어하며 7명은 그냥 보통의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즉 10명 중 2명은 항상 내 편이 되어 주고 1명은 뭘해도 날 싫어하며 7명은 지들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두에게 좋은 말만 듣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어렸을 적 가장 상처 됐던 말들 중 "너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를 뛰어넘을 발언은 사십 넘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못 들었다. 그때 그 아이는 자라고 자라서 가슴속엔 알 수 없는 구김과 독선만 가득 찼다.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 예컨대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지만, 네가 없으면 밥맛도 없는 것처럼
오래 닫아둔 방엔 냄새가 난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설 땐 잘 모르다가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나서야 알게 ��다. 아, 이 공기가 이리 무거웠구나. 익숙하단 이유로 견디고 있던 것들은 대개 그렇다. 안에 있을 땐 그게 날 얼마나 눌러왔는지 모른다. 내가 참 오래 숨을 얕게 쉬고 있었단 걸 말이다
바쁜가 보다. 피곤한가 보다. 요즘 정신이 없나 보다. 그렇게 몇 번을 이해하다 보면 문득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아, 우리는 이별하고 있구나. 멀어지는 일은 참 조용하다.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도 없고, 누군가 떠난다는 선언도 없고, 마지막 인사조차 선명하지 않다. 그저 조금씩 온기가 식을 뿐
행복이란 말은 내게 여전히 비싸다. 그래서 자주 부담스럽다. 행복을 좇는 순간, 되려 지금의 내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안부는 조금 다르다. 그리 거창하지도 않다. 누가 내게 요즘 행복하냐 물으면 쉬이 대답할 수 없으나, 오늘 하루를 잘 지나고 있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다
가끔 예전 사람들을 떠올린다. 지금은 얼굴조차 희미해진 이들, 한땐 하루의 대부분을 나눴지만 이젠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 근데 요샌 이상하게 그들을 떠올리면 서운함보다 미안함이 먼저 온다.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었음 어땠을까. 그때의 난 왜 그리 쉬 상처받고 그리 서툴렀을까
반짝이는 사람보다 오래 남는 사람이 더 좋다. 달변으로 순간을 사로잡는 사람보다 시간이 지나도 같은 온도로 안부를 건네는 사람. 자신의 흠을 알고도 타인의 약점��� 함부로 찌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선 말로 표현키 힘든 안정감이 느껴진다. 닳아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조용한 품위가 있다
좋은 '혼자'는 사람을 차갑게 만들지 않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낸 사람은 타인에게 덜 기대고, 더 부드럽게 곁을 내어준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돌볼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의 마음도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는 관계의 반대가 아니라, 좋은 관계를 위한 조용한 바탕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 뒤로 미루고 살았다.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먼저 챙겨야 할 사람들이 있었고, 먼저 맞춰야 할 분위기가 있었지만 내 맘은 늘 나중이었다. 조금만 더 참자, 이것만 끝내면 쉬자, 이번만 넘기면 괜찮아질 거라고 나를 달래는 척��지만, 정작 나는 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
무난하게 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아픈 곳 없이 몸을 일으키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지 않고 하루를 마치는 일, 회전 초밥 접시의 개수를 세지 않아도 되는 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삶은 그런 평범한 것들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날엔 차라리 평온이 성공보다 낫다
사랑은 거대한 사건처럼 시작되나 결국 작은 습관들로 이뤄진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단 짧은 메시지, 음식을 주문할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취향, 별것 아닌 농담에 익숙하게 웃던 저녁, 그래서 관계가 끝나고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감정이 아니라 리듬이다. 결국 진짜 이별은 대게 훨씬 늦게 찾아���다
무너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조용히 온다. 큰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갑자기 눈물이 와락 쏟아질 만큼 슬픈 일도 아니다. 그저 종일 웃고, 대답하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다가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는 순간에야 알게 된다. 아, 오늘 조금 힘들었구나. 조용히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고 말이다
하루가 너무 바쁘다. 누군가와 통화를 해야 하고, 밀린 답장도 보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안 가본 곳도 가봐야 한다. 그러나 성취 대신 말로 표현키 힘든 공허만 남는다. 오늘을 잘 살아낸 느낌이 아니라 그저 소비한 느낌. 내가 시간을 쓰고 있는 건지, 시간이 날 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