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내 감정은 주인을 잃었다 부정하고 싶던 것을 수용해야 했고 피붙이는 다를 거라고 귓구멍에 끊임없이 밀어 넣어야 했으며 어린 날의 선택에 너부러진 죄의식을 떠안아야 했다 그러느라 끝이 깨진 손톱을 연신 문질렀다 그래봐야 닳는 건 뾰족한 마음이 아니라 엄지에 새긴 나이태인데
그러다가도 속절없이 꺾일 때가 있다. 한여름 장마철에 함빡 젖은 것 같은 불쾌함. 눅눅하고 끈적거리며 갈 곳 없이 고여 있는 불안. 그땐 팔뚝에 들러붙은 반팔 한 장 떼어내는 일도 내 뜻대로 되질 않는다.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는 게 이런 거라는 건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