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 얼굴의 든 멍을 둘러댈 필요가 없습니다. 제 멍을 본 이들은 해봤자 무슨 사연인지, 상처를 낸 이는 누구인지나 떠들어 댈 테고 그 덕에 소문이 나면 제 멍든 얼굴을 구경하러 사내들 걸음이 호텔로 몰릴 테니까요. 이깟 멍이 제게는 돈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흠이 아니라. 누구와는 다르게.
누가 그러더구나. 저마다 살아온 세상이 다르니 소중한 것도 다 다르다고. 그래서 누구는 굳이 조선에, 또 누구는 그깟 여인에 목숨도 걸고 미래도 걸고 그러는 걸까. 내게 그만큼 소중한 게 없다는 사실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소리란다. 됐으니 그냥 듣고 흘리렴.
영어라면 동경에서 영길리 신사와 연애를 하며 배웠지요. 배움에 있어 사랑은 좋은 동기가 되니까요. 상대가 부드럽게 건네는 말의 뜻을 온전히 알고 싶고 상대의 언어로 사랑을 오롯이 건네고 싶고. 그러니 당신도 들려주세요. 사랑으로 무얼 배우셨습니까? 이 밤에 퍽 어울리는 대화 주제인 듯하여.
여인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꽃도 꽃가마도 꽃 같은 얼굴도 아닌 그저 진심이지요. 상대를 잘못 고르신 걸까요, 방법을 잘못 고르신 걸까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하셨든 꽃은 빼고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괜히 미모가 꽃 같다는 그런 말도 마시구요. …… 이미 하셨나요?
일본에서 조선 계집으로 사는 게 뭐 쉬웠을까. 아비에게 팔려 시집을 갔을 때, 이미 남편 나이가 60이 넘었었고 거기다 돈까지 많았으니 어린 조선 계집 하나쯤이야. 손에 쥔 채 흔들고 던지고 때리고 마음대로 할 수 있었겠지. 봐서 알잖아, 내 몸의 흉. 하나같이 살고자 발버둥 친 내 발악의 증거들.
달이 아직 모습을 반밖에 보여주지 않네. 그래도 곧 보름이니 금방 완전한 모습도 볼 수 있을 거란다. 헌데 이 밤에 달 구경은 왜, 너무 밝아 잠이 안 오니? 그래도 이만 들어가 자야지, 시간이 꽤 늦었단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그래, 잘 자렴. 좋은 꿈 꾸고.
그 여인이 뭐길래 다들 그렇게 사랑 주지 못해 안달인지. 누구는 비 오는 날에도 창을 닫지 못하고 누구는 가둘 수 있음에도 날아오르라 놓아주고. 한 등신은 미련하게 뺨을 맞아도 좋다고 웃으며 목숨을 걸겠다 하는데. 아팠어? 아니, 맞은 뺨 말고 방금 내 말. 아프라고 한 말인데.
@Che_Geumhak 이겨냈다기보다는 무뎌졌다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저 역시 여태 공허한 마음을 채울 방법을 찾지 못해 그저 천천히 가라앉고 있으나 허우적댈 필요는 없겠지요. 가라앉다 보면 결국 발 닿는 곳이 나올 테니까요. 발붙이고 쉬어도 보고 나지막이 걸어도 보고, 그러다 보면 볕들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Che_Geumhak 사랑이 언제나 따뜻한 배움만 주는 건 아니니까요. 사라진 빈자리에 공허하기도, 있지도 않았던 자리에 아파하기도 하는 것 역시 사랑이겠지요. 사랑이란 어쩔 땐 이리 매정하기도 한가 봅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을 찾게 해주는 것까지가 역할인 걸지도요. 자애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