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에 개벽이란 것이 그리도 쉽나? 그리 높이 올리면⋯⋯. 자네와 달리 나는 바람질에 서툴러. 다만 이미 지나간 것은 근심의 값이 되지 못하니, 혼탁하고 혼미한 시절이라 하여 돌이켜 살펴본들 그 역시 결국 부질없는 기원에 다름아닐 리 없겠지. 거처한 곳이 궁벽하다 해도 이 기회에 고요를 벗삼아 다시금 이전의 문도文道나 걸어 보려 해. 그런즉슨 자네를 좇을까 하는데, 늘 그러하였듯⋯.
검은 짐승의 휘두름에 후회는 없다. 푸르고 날카로운 발도는 무정한 햇살처럼 곧게 뻗었다. 손끝에도, 검기에도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공기 중에는 마치 가을 산에 켜켜이 쌓여 썩어가는 낙엽의 냄새와 같은 후회의 냄새가 가득했다. 나이 든 새는 눈앞의 검객이 왜 검을 뽑는지 알고 있다. 그의 주인은 종종 혼잣말을 했다. '시선이 나를 쫓는다.' 무너진 산천, 병든 정신. 분노, 자책. 인간은 그것들로부터 생겨난 집념에 복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게 검객이 칼을 휘두르는 구실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그 감정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새는 침묵한 채 시선을 두었다. 창백한 손에 들린 검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말려있던 잎사귀가 맑은 소리를 냈다. 그건 마치 따져 묻는 것 같기도, 탄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음? 성염의 파도를 시범하여 달라고?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라면 그럴 수 없어. 악귀를 멸살하는 호흡이란 언제나 참되되 진정한 마음으로⋯. 그래, 신입 대원들의 낙심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차마 외면할 수 없군.
자, 단 한 번뿐이니 제대로 낚아채야 한다. 숨을 폐의 단전까지 들이킨 뒤, 해 저문 마른 논둑에 들불이 소용돌이치듯, 제 몸의 전방과 측방으로 크게 호를 그리며⋯.
칸로지! 뒤에서 마시멜로 굽지 마라!
가여운 넋이 있고 없고 언덕 위에는 풀피리 곡조 먼발치서 들려오니 꽃 지는 아래 닫힌 절문, 젊은 무사는 그 앞에 목례. 아미타불께서는 어느 곳에 계신가?
중이 말했다.
산천山川 초목草木 위의 새벽 별明け星이여, 인간사 계절 지나면 절로 향기로울 것을 자처하여 풍진風塵 앞에 서려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