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옹老翁이 말했다.
무사여, 내가 여기기로는 지금 그대께선 큰 인의仁義를 좇으시며 큰 도리를 따르시려는 것 같소이다. 그러나 원컨대 논해 주소서. 이 늙은이의 의구 분별하신다면 크게 환희심 내오리다.
무사 말한다.
이곳이 나의 죽을 자리요, 단지 그것만이 나의 분별이오.
노옹 묻는다.
받잡은 사명 위함은 알고 있으나 이것이 행할 바 무武입니까.
무사 답한다.
다가오는 절명絕命 맞이하는 것이 병법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오.
노옹 다시 묻는다.
그대 일대사一大事 앞에 옥쇄玉碎 불사한 것이로대 이것이 바라는 도道입니까, 꽃같이 어린 아우 뉘여 두고 이리 가십니까.
무사 다시 답한다.
한없는 설움 새로이 살핀즉 그 끝 아득하여 가닿을 바 없을 것이니 호사 꾀함이란 어찌 책무 받들 것인가? 그대는 일심 휘젓는 강론을 다시 말라.
노옹 고개를 숙인다.
그대 부디 영혼을 평안히 하소서.
이버님, 자고로 술독은 그 맛일랑 일응 꿀처럼 달고 기름보다 진하다 해도 양분 맹숭함은 고을 아낙네가 길어 올린 우물물만도 못하다 하였습니다. 장마의 종결이 요원하다 하니, 술동이 속 선경仙境은 저 탁류濁流와 함께 흘려 보내시고 빗줄기가 더 거세어지기 전 어머님을 살펴보러 나서는 것이 어떠할까 간청해요. 자칫 비석 아래에 한여름 빗물이 들이차 틈 사이로 얕은 여울이라도 고인다, 면⋯. 은⋯⋯. ⋯. 깨진 잔은 놓아 두세요, 손끝이 상하실 테니 잔해는 제가 추스르겠습니다. 센쥬로! 애석하지만 이 형과 둘이서 채비하자꾸나. 이마의 생채기는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흐르는 것이야 소매 끝으로 훔쳐내면 그만이야. 그대 떠나신 여름 돌아와 자그마한 등잔불 빛에도 눈앞이 어지러우실 테지. 자, 가자. 노점이 문을 닫기 전 꽃을 사려면 서둘러야 해. 어깨가 젖지 않게 조심하렴, 우산은 이 형이 단단히 붙들으마!
천지간에 개벽이란 것이 그리도 쉽나? 그리 높이 올리면⋯⋯. 자네와 달리 나는 바람질에 서툴러. 다만 이미 지나간 것은 근심의 값이 되지 못하니, 혼탁하고 혼미한 시절이라 하여 돌이켜 살펴본들 그 역시 결국 부질없는 기원에 다름아닐 리 없겠지. 거처한 곳이 궁벽하다 해도 이 기회에 고요를 벗삼아 다시금 이전의 문도文道나 걸어 보려 해. 그런즉슨 자네를 좇을까 하는데, 늘 그러하였듯⋯.
검은 짐승의 휘두름에 후회는 없다. 푸르고 날카로운 발도는 무정한 햇살처럼 곧게 뻗었다. 손끝에도, 검기에도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공기 중에는 마치 가을 산에 켜켜이 쌓여 썩어가는 낙엽의 냄새와 같은 후회의 냄새가 가득했다. 나이 든 새는 눈앞의 검객이 왜 검을 뽑는지 알고 있다. 그의 주인은 종종 혼잣말을 했다. '시선이 나를 쫓는다.' 무너진 산천, 병든 정신. 분노, 자책. 인간은 그것들로부터 생겨난 집념에 복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게 검객이 칼을 휘두르는 구실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그 감정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새는 침묵한 채 시선을 두었다. 창백한 손에 들린 검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말려있던 잎사귀가 맑은 소리를 냈다. 그건 마치 따져 묻는 것 같기도, 탄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음? 성염의 파도를 시범하여 달라고?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라면 그럴 수 없어. 악귀를 멸살하는 호흡이란 언제나 참되되 진정한 마음으로⋯. 그래, 신입 대원들의 낙심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차마 외면할 수 없군.
자, 단 한 번뿐이니 제대로 낚아채야 한다. 숨을 폐의 단전까지 들이킨 뒤, 해 저문 마른 논둑에 들불이 소용돌이치듯, 제 몸의 전방과 측방으로 크게 호를 그리며⋯.
칸로지! 뒤에서 마시멜로 굽지 마라!
가여운 넋이 있고 없고 언덕 위에는 풀피리 곡조 먼발치서 들려오니 꽃 지는 아래 닫힌 절문, 젊은 무사는 그 앞에 목례. 아미타불께서는 어느 곳에 계신가?
중이 말했다.
산천山川 초목草木 위의 새벽 별明け星이여, 인간사 계절 지나면 절로 향기로울 것을 자처하여 풍진風塵 앞에 서려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