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10v1a 엄살은. (널 밀어두고 뭐가 좋은지 키득거리다 대뜸 제 손잡고 뛸 수 있냐는 말에 야, 강비오. 널 불러본다. 멋지게 설득이라도 할 줄 알았더니. 잡은 손 한 번 네 얼굴 한 번. 당연하지. 그 말을 끝으로 정말 사람이 오는 반대편 복도를 가리켰다.) 튀자.
@v10v1a 왜. 무를 생각 마. 피아노로는 왜 못 이겨. 과거야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가능하지. (잠깐 말을 멈췄다.) 내 어깨가 멀쩡했어도, 이길 수 있었을 거라고. 너 이제 자유롭잖아. (복도 저 멀리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에 슬금 다시 안으로 들어와 네 등을 밀었다.) 아닐걸. 자, 부탁드려요.
@v10v1a 알 수 없지. 그것보다 내가 더 최악으로 끝났을지 또 모르잖아. (네 말에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기꺼운 협박이었어. (엄지가 네 뺨을 쓸었다. 이어진 말에 당연하다고 생각한 건 어쩌면 너였기 때문이다.) 너랑 나는 다른 것 같은데 엄청 많이 닮았네. 이미 했잖아. 서로를 위해서.
@v10v1a 바보처럼 순진한 내 친구는 뭐든 다 본인 탓으로 돌리는 나쁜 버릇이 있어.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고, 어쩔 수 없었던 거면 그냥 힘들었겠다. 정도로 넘어가도 돼. (그대로 손 뻗어 네 뺨을 쥐었다.) 네가 내 자취를 찾아 뛰었던 걸 알아. 그러니까 그만해라, 비오야.
@v10v1a ⋯⋯. 나는 참 많이 잃었어. 그래서 널 미워도 해봤고, 괴롭히기도 했잖아. 근데 결국 난 여기 있어. (일정한 걸음이 짧은 길을 걷는다. 네 앞에 멈추고, 무릎 굽혀 앉으면 널 올려 바라본다.) 나 네 옆에 있다고 강비오. 난 다시 한번 너랑 피아노 치는 게 꿈이야.
@v10v1a 방금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또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네. 강비오. (내게 너는 행운이었고, 가야 할 길이었지만. 네게 나는 어쩌면 악연인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너는 유독 내 옆에서 더 시드는 것 같았으니까. 꺼낼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 입을 다물면 왼손이 건반을 누른다.
@v10v1a 직접 본인에게 들은 게 아니면 그런 소리 하지 마. (평생을 품은 네 속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마지막 너를 인정하신 그분의 뜻을 잃지 않았으면 했다. 아니면 그러지 말았으면 했다.) 네 앞에 있잖아. 십 년 가까이 오해하고, 멋대로 생각한 사람. 그거 되게⋯ 미안하고, 죄책감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