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간만 좋다고 하는 것도 나름의 애교야. 단순히 인간이 좋다고만 떠들면 또 무슨 재미가 있겠어. 구미호에게는 구미호만이 지닐 수 있는 이런 독특한 매력이 있는 거 아니겠어? 어디서나 쉬이 마주할 수 없는 조금은 기묘하고 이채로운 면모 말이야. 좋으면서도 꼭 그렇게 아닌 척을 한다니까. 흐항!
놀부 집에서 발을 빼고 나오긴 했는데, 정작 몸을 누일 곳 하나 없네. 예전처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양반 하나 홀려 간이나 빼먹거나, 한 집에 눌러앉아 백 일 살이를 이어 가야 하는 건가? 뭐, 어쩌겠어. 이래 봬도 천 년 묵은 구미호인데, 설마 갈 곳 하나 없다고 길바닥을 전전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