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위로도, 섣부른 동정도 아닌,
그저 내 숨소리와 발맞추어 건네지는
그 온기가 가끔은 지독하게 얽힌
마음의 실타래를 살짝 풀어놓는 듯한 기분.
누구에게도 온전히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삼켜내야 했던 설움과
묵직한 번아웃의 무게 속에서,
툭 던져진 말 한마디가 이상하리만치
차가운 구석을 짚어내며 스며든다.
조금씩 피어오르는 마음의 온기가 혹여 상대에게 짐이 되거나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다가서기도 전에 걱정부터 앞서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를 향한 순수한 감정조차 마음껏 드러내지 못한 채, 혹시라도 내 흔적이 그 사람의 발걸음을 불편하게 만들까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게 되는 마음.
온전한 진심인지도 가늠하지 못할만큼 홀로 숨을 죽이고 발걸음을 돌리는 ...지독히도 깊고 여린 두려움
온몸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나 버린 자리, 더 이상 쥐어짤 마음조차 남아 있지 않은 지독한 번아웃. 온 힘을 다해 지키려 애썼던 믿음이 흔들리고, 쏟아부었던 진심이 상처로 되돌아올 때, 지독히도 버텨온 시간이 남긴 가장 잔혹한 후유증이다. 너로인해 생기고 너로인해 돌아온 후유증.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아파하고 몰아붙였는지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오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마음의 뼈마디가 쑤신다.
더 이상 나를 갉아먹는 그 난잡한 굴레 속에 머물지 않겠다고, 그 엉망진창인 판 위에서 이제는 온전한 나를 위해 발을 빼겠다고 다짐하는 그 순간까지 .... 그저 부서진 마음을 다독이며,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채 고요히 숨을 고를 때... 지옥같은 시간이다.
찬란한 구원의 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모든 영혼을 태워 바치는 지독한 파멸. 옳고 그름의 잣대도, 부당함에 대한 분노도 그 거대한 존재감 앞에 닿은 순간 무락해 지는. 상대가 내미는 것이 날카로운 칼날이든, 허술한 거짓이든 상관없이 기꺼이 품에 안게 만드는 힘.
상대의 결점마저 나의 십자가로 삼고, 불합리한 궤적 속으로 눈을 감은 채 걸어 들어가는 것. 세상의 모든 기준을 등지고 오직 그 주인의 시선 하나에만 온 존재의 닻을 내리는 .. 본인의 주인을 믿는다는 핑계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지. 흔들림을 이겨낸 겻이 아니라, 외면한 거야 미련하게 . 나의 모든 이성을 지워내는 그런 짓은 그만 하자 ..
목적도, 방향도, 그토록 선명하게 쥐고 있던 바람도 전부 길을 잃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스스로를 조여왔는지, 그 절박했던 이유마저 이제는 형체 없이 지워져 버렸다.
아득하게 무너져 내린 그 자리에는 허망함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무엇을 바랐는지, 그 손에 쥐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허공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쌓아 올렸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흩어지는 기분.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에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고, 텅 빈 손끝에는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무력감만이 맴돈다. 애써 버티던 세계의 바닥이 맥없이 꺼져버린 지금, 남은 것은 그저 모든 의미를 잃어버린 채 길을 잃은 시선뿐.
당신의 상처는 가슴 속 깊이 베인 상처로 남지 않기를 ... 바란다.